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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암 심국보의 동학 이야기 <24> 주문과 영부, 동학 핵심과목

복직한 조병갑 ‘주문’ 빌미로 해월선생 사형 선고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05 20:33:28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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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개띠 해인 무술년이다. 120년 전 동학혁명이 끝난 4년 뒤인 무술년에 해월 최시형은 교수형에 처해졌고, 이로써 동학혁명은 실질적으로 끝났다. 고부 군수 조병갑은 동학혁명이 일어나게 한 죄로 파직되어 잠시 유배 갔다가 복직하여 판사가 되어 해월 최시형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다. 참으로 뒤틀리고 어이없는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다. 해월의 사형 판결문에는 해월이 전봉준, 손화중 등을 지휘하여 변란을 일으키지는 않았다면서, 해월을 사형에 처하는 이유를 ‘주문’과 ‘부적’ 때문이라고 했다.
해월 최시형의 판결선고서. 동학혁명 이후 고부 군수 조병갑은 고등법원 판사가 되어 최시형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서 언급한 ‘주문’은 동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21자의 주문(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이며, ‘부적’은 영부(靈符) 즉 신령한 그림 같은 것이다. 동학의 창도자 수운 최제우가 득도한 후 제자들에게 가르친 수행과목은 주문과 영부가 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문은 요즘도 천도교 수도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천도교인이라도 ‘영부’를 수행과목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신이라며 터부시하기도 한다. 수운 선생 당시는 영부를 종이에 그려 불에 태워 마시기도 하였다. 별다른 의학 처방이 없었던 옛적에 불치병의 경우 영부를 통해 치료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영부 자체가 의약품의 기능을 하지는 않았다. 수운 선생의 말씀대로 영부를 그려 불에 태워 물에 타 마시는 그 사람의 정성에 따라 병이 낫기도 하고 차도가 없기도 하였다. 영부는 마음의 형상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며, 정성의 표현이었다.

오늘날 천도교의 힘이 약화된 것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100년 전 3·1운동을 주도한 뒤 일제의 탄압이 가중되었고, 남북 분단을 거치면서 북한 지역에 있었던 90% 이상의 교세를 잃는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하락의 길을 걸었다는 분석도 있다. 경전의 현대화나 현실에 맞는 교리 개발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문과 영부 등 종교적 의례를 소홀히 하게 되면서 천도교가 약해졌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만해 한용운은 고향 충남 홍성에서 동학혁명에 참여하였고 그 여파로 고향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다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었다. 동학이 천도교로 이름을 바꾸고 청년운동, 농민운동, 소년운동 등 사회운동을 맹렬히 전개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며, 만해는 천도교에 대해 애정 어린 충고의 말을 남겼다.

“천도교가 과거에 있어 그만큼 크고 튼튼한 힘을 얻어온 것은 돈의 힘도 아니요 지식의 힘도 아니요 기타 모든 힘이 아니고 오직 주문의 힘인 줄 생각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주문을 일종 종교적 의식으로 보아 우습게 보는지 모르나, 나는 무엇보다 종교적 집단의 원동력으로서 주문을 가장 의미심장하게 봅니다. 천도교의 그만한 힘도 주문에서 나온 줄로 생각합니다. 보다 더 심각하게 종교화가 되어 주십시오.”(‘신인간’ 1928년 1월호)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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