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영화공작소 김미라 대표
- 젊은 영화인 5명과 의기투합
- “상영작품 폭넓혀 꾸준히 개최”

부산 수영구의 한 카페와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부산 해운대구)에선 매달 첫째 주 수요일 저녁 독특한 영화제가 돌아가면서 열린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김대황(왼쪽) 전찬영 영화감독이 지난 3일 부산 수영구 ‘딥슬립커피’에서 열린 작은영화영화제에서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작은영화영화제 제공

이 자리에서는 매달 다른 주제로 선정된 3, 4편의 단편 영화를 상영한 뒤 관객과 감독의 대화 시간이 마련된다. 이 영화제의 백미는 뒤풀이 시간. 참석자들이 피자와 맥주를 함께 먹으며 영화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영화관람료는 무료. 작은영화공작소 김미라 대표 등 6명이 지난해 초부터 운영하는 ‘작은영화영화제’다.

지난 3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수영구 ‘딥슬립커피’에서 올해 첫 영화제가 열렸다. 횟수로는 열한 번째다.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상영 소식을 접한 관객 60여 명이 모였다. 새해를 맞아 ‘연애에 대하여’를 주제로 임대형 감독의 ‘만일의 세계’(2014), 김태용 감독의 ‘그녀의 연기’(2013), 허진호 감독의 ‘나의 새 남자친구’(2004) 등 유명 감독의 독립 영화 3편이 상영됐다. 상영작은 김 씨가 배급사를 통해 직접 수급했다.

	작은영화영화제 상영회 모습.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이야기 길잡이’로 부산 출신 독립영화 감독 김대황과 전찬영 씨가 나서 관객들과 연애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작은영화영화제는 김 대표가 좋은 단편영화를 한 명이라도 더 접하게 하려고 지난해 3월 시작한 작은 영화제다.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독립극·독립다큐·실험영화 등 ‘작은 영화’만 다룬다. 동의대 불문과 교수 를 지낸 김 대표는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는데, 영화에 관심이 많아 단편영화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김 대표는 문득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영화를 공부하면서 단편영화를 많이 접했는데 내용과 표현적인 면에서 뛰어나고 깊이 있는 단편영화가 정말 많았다”며 “하지만 많은 작품이 대중과 만나지 못한 채 잊혔다”고 말했다. 특히 단편영화의 매력이 그를 더욱 부추겼다. 그는 “단편영화는 30분 내외로 짧지만 메시지는 더 강렬할 수 있다. 언젠가는 작은영화영화제 멤버들과 함께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해 작은 영화를 제작하고, 보급하기 위해 작은영화공작소를 만들었다. 여기에 영화의전당 아카데미 출신으로 단편영화를 함께 찍은 5명이 뭉쳤다. 영화제에 드는 비용은 모두 김 대표가 사비로 마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영화제를 사람들한테 알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곳에서 영화를 보고 힘을 얻는다고 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곳을 찾는 독립영화 감독들에겐 연령대에 따라 다른 반응들을 접하면서 자신의 영화를 다시금 점검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은영화영화제의 올해 꿈은 소박하다. 김 대표는 “영화제나 영화관 특별전을 찾아가지 않으면 독립영화도 단편영화만큼이나 접하기 어렵다. 올해도 한 달에 한 번 꾸준히 영화제를 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올해는 부산 출신 감독이나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말고도 단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 등 상영 폭을 넓힐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