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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1> 명불허전 버라이어티쇼의 끝판왕-루츠레코드 쇼 VOL2.

신앙 부흥회 방불케 한 연말의 떼창… 1년간 무섭도록 성장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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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1-02 18: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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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스카웨이커스 주축
- 지역 인디레이블 한 해 결산
- 실험적 콜라보·뜨거운 록앤롤
- ‘은혜로운’ 공연에 힘찬 박수를

벌써 작년이 되어버린 2017년 12월 23일 저녁. 최근에 주로 활동하고 있는 전기장판 위에 엎드린 채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두 번째 루츠레코드 쇼의 공연 시작 시간은 재깍재깍 다가오고 있다.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로 숙취에 시달리던 중이었다. 굳이 공연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핑계들을 치열하게 모색했다. 바깥은 추울 테고, 장판 위는 따듯하다. 외출을 위해선 씻어야 한다. 함께 가자던 지인들 역시 다양한 이유로 약속을 파기해 결국 쓸쓸히 홀로 가야 한다. 그곳엔 눈꼴 시린 커플들이 가득할 것이다. 심지어 입장료는 클럽 라이브치곤 꽤나 비싼 편인 무려 2만5000원. 게다가 다음날 크리스마스이브를 위해 체력도 비축해야 했다.
   
부산 수영구 경성대 앞 클럽 바이널 언더그라운드에서 지난달 23일 두 번째 ‘루츠레코드 쇼’의 열띤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루츠레코드 제공
반면, 그럼에도 장판을 박차고 일어나야 할 이유는, 하필 거부를 거부하는 마성의 버라이어티쇼 ‘루츠레코드쇼’였기 때문이다. 부산대 노래패로 시작해 전국 공연장과 집회 현장을 누비며 부산 대표 ‘아이돌 밴드’로 떠오른 스카웨이커스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지역 인디 레이블(독립 음반 기획사) 루츠레코드는 부산을 기반으로 뮤지션 양성과 음반·뮤직비디오·영상콘텐츠 제작, 국내외 뮤지션과 함께하는 공연기획 등을 동시다발로 진행한다.

현재 부산 인디씬 걸크러쉬의 대명사 ‘B9’(비나인), ‘로커빌리 밴드 하퍼스’, 무서운 신예 ‘브록스’와 ‘바나나몽키스패너’ 등 실력과 개성으로 똘똘 뭉친 팀이 포진한 루츠레코드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바로 그 ‘루츠레코드쇼’란 말이다. 작년 이맘때 첫 번째 루츠레코드 쇼를 목격해버렸다. 차라리 보지 않았더라면 포기도 쉬웠을 텐데.

루츠레코드 쇼가 열린 경성대 앞 라이브클럽 ‘바이널 언더그라운드’에는 산타 모자와 루돌프 뿔을 달고 한껏 차려입은 청춘남녀들이 가득했다. 근황이 궁금했던 크리스마스가 여기 모여 있었구나. 쇼가 시작되자 티켓이 비싸다 생각했던 내 자신이 미워질 정도로, 역시 명불허전!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무대들이 펼쳐졌다. 달달한 어쿠스틱 팝부터 국악과의 실험적인 콜라보, 캐롤과 뜨거운 록앤롤과 아이돌 콘서트 또는 신앙 부흥회를 방불케 하는 떼창, 특히 B9 공연 때 모습은 메탈리카 공연 때나 볼 수 있을 법한 광경이었다.
새로 선보이는 힙합 프로젝트팀 ‘에비넴’에 이어 루츠레코드 소속 멤버들이 총출동하여 무대를 꽉 채운 피날레 무대에선 스카웨이커스의 보컬 ‘띵새’가 충격과 공포의 드렉 퀸(남성이 과장되게 여성성을 연기하는 것) 분장을 선보였다. 단지 하루 저녁 질펀하게 놀자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리고 이렇게까지 신나는 건 혹시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문득 걱정되었다. 따로 유통되지 않고, 공연을 찾아온 관객만을 위한 선물로 특별히 제작된 신곡 8곡이 빼곡한 루츠레코드 앨범까지 받아들고 보니, 이런 은혜로운 공연은 2만5000 원이 아니라 최소 2만8000원은 받아야 마땅하지 않으냐 주최 측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싶었다.

   
이제 두 번째 루츠레코드 쇼지만, 한 해 동안 무섭도록 무럭무럭 성장했다. 그동안 현상 유지에 열중한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과연 새해엔 루츠레코드는 무슨 일을 벌일까? 겁이 나고 또 기대된다. 쓸쓸하기 짝이 없는 계절, 멀지 않은 곳에서 열리는 루츠레코드 쇼를 만끽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부산 사는 축복이자 특권일 것이다. 경험으로 볼 때, 갈까 말까 망설여지는 순간엔 가는 편이 항상 옳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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