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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서 <16> 김해 원명사

국난 때면 눈물 흘리는 불상 … 곳곳에 보물같은 전설 간직

  • 국제신문
  •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  |  입력 : 2017-12-26 19:11:32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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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92년 기와 등 오랜 역사 흔적
- 경내에는 크고 작은 지장보살
- 국내서 손꼽히는 지장기도 도량
- 보물 제96호 묘법연화경 소장
- 백두산·육형제소나무 등 전설도

북녘땅에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2750m)이 있다면 남녘 끝자락 김해에도 같은 이름의 백두산(352m)이 있다. 비록 작은 산이지만 골짜기, 언덕 곳곳에는 고대 가야 시대부터 내려온 웅혼한 기상과 전설들이 오롯이 서려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도도량으로 유명한 원명사 사찰 경내 전경. 박동필 기자
김해 백두산 자락에 가야 시대 사찰이자 기도 도량인 원명사(圓明寺)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닌 셈이다. 원명사는 조계종 범어사 말사다.

차를 타고 대동면 초정리 마을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자 헐벗은 은행나무, 떡갈나무, 낙엽송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노랑과 빨간빛을 지닌 잎들을 길바닥에 떨군 채 창공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은 기도에 정진하는 구도자를 빼닮았다.

덜컹거리는 산길을 따라 10여분을 달리자 이윽고 ‘원명사적비’라고 적힌 비석 뒤로 원명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일주문을 대신한 사적비를 지나자 멀리서 높이 3m가량의 석상인 자모지장보살상이 자애로운 모습으로 낯선 행인을 물끄러미 내려다 본다.

사찰 전경은 대웅전, 지장전과 같은 가람이 거대한 석조기단 위에 일렬로 늘어서 아기자기하면서도 단아한 품격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지장기도 도량

   
8m 높이의 자모보살상. 국난이 닥칠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고 전한다. 박동필 기자
사찰 뒤로 백두산이 감싸 안고 앞쪽으로 소나무, 떡갈나무 등을 품은 또 다른 야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이 사찰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지장기도 도량으로 유명하다. 자모지장보살상을 비롯해 크고 작은 지장보살상들이 경내 곳곳에 서있다.

이 중 자모보살상은 크고 작은 재난이나 국난을 당했을 때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찰 관계자는 “자모보살상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에 즈음해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몇 해 전 노 대통령 친척 한 분이 다녀가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불가에서 지장보살은 스님처럼 머리를 깎고 있거나 두건을 쓴 모습이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남김없이 부처님으로 제도한 후에야 성불하겠다는 서원을 세운 보살이다. 이곳이 지장 도량이 된 배경에는 드라마 같은 일화가 숨어있다.

일제 치하인 1920년대 장 씨 성을 가진 한 여신도가 지장보살을 모신 채 부산에서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꿈에 한 스님이 나타나 ‘일본에 가지말라’는 계시를 내려 현재의 위치에 지장보살을 모신 채 금불암을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보물과 역사 품어

   
중생들을 부처님으로 제도한 후 성불하겠다는 서원을 세운 지장보살상.
이 사찰은 근대에 중창됐지만 겹겹이 쌓인 역사의 흔적들로 미뤄 그 유래는 멀리 가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년 전 사찰 뒤편에서 1392년 제작된 ‘등복사(登福寺)’라는 명문이 새겨진 기와 파편이 출토됐다. 등복사는 등복이라는 골짜기 지명에서 유래됐다. 이후 80여 년 전 원명 스님에 의해 재창건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사찰은 상당수 전통사찰이 그러하듯 오랜 세월 속에 창건과 소실, 중창을 거듭해 왔다.

이 사찰은 보물 제96호인 묘법연화경을 소장하고 있다. 그 외 유형문화재인 지장보살본원경(제392호) 등 문화재 다수를 보유 중이다. 또한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고 사찰 측은 전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신도는 “이 사찰은 여러 인연으로 인해 관음기도, 약사기도는 하지 않고 지장기도만 하고있다”고 들려줬다.

■백두산에 얽힌 이야기

이 사찰을 품고 있는 백두산은 높이는 낮지만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가진 산이다. 이 곳에서 보운스님은 “조선 중기 고산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보면 북한 백두산 정상에서 정남향으로 남쪽에 마주하고 있는 산이 김해 백두산”이라고 말했다.

이 곳은 남녀노소 탐방객들이 즐겨 찾는 등산길이다. 최근에는 김해시에 의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김해시는 지난 2월 이 산 중턱에 위치한 여섯 팔 소나무를 ‘김해 백두산 육형제 소나무’로 이름 짓고 특허청에 상표등록 출원까지 했다.

한 등산인이 허성곤 김해시장 앞으로 ‘백두산에 여섯 가지가 난 소나무가 있으니 잘 보전해달라’고 탄원서를 넣으면서 이뤄진 일이다. 당시 허 시장은 “김해시 슬로건을 ‘가야왕도 김해’로 정한 시점에 이 소나무를 발견한 것은 상서로운 징조”라며 특별한 소나무 브랜드 만들기에 착수했다.

김해시는 가야 시대가 6가야 연맹이어서 이 나무가 가야 시대 기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김해 백두산은 가야 시대 사찰로 알려진 원명사와 더불어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에 스며있는 신비한 전설들로 탐방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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