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7일까지 ‘절집’ 사진전

“강원 사진을 찍읍시다.”

	‘법고’. 하지권 사진가 제공

불교 전문 사진가 하지권(46)은 올 봄 경남 합천군 해인사 강원의 학감 스님에게서 뜻밖의 제안을 받고 머리끝이 쭈뼛 서는 전율을 느꼈다. 불교 사진을 17년간 찍고, 팔만대장경 디지털화 작업(본지 지난 1월 17일 자 21면 보도)을 하며 해인사에 7년 머문 경험이 있어 강원이 어떤 곳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원은 승가대학, 즉 스님들의 대학이다. 승가의 가풍과 법도를 익히고 경전과 어록을 공부하면서 수행자의 자질과 자세를 가다듬는 곳이다. 해인사 강원은 전국 비구 강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강원은 또한 일반인에게 굳게 닫힌 스님들만의 영역이다. 강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 감춰져 있던 스님들 모습을 찍는다는 건 사진가로서 무한한 영광이자 엄청난 부담이었다.

하 사진가는 올 봄 강원 스님들과 상견례를 나누고 카메라를 들었지만 뭔지 모를 답답함을 느꼈다. “작업의 본질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강원 학감 스님과 대화를 나누다 돌파구를 찾았다. “이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행복을 공부하기 위해 온 사람들입니다.” ‘행복’이라는 말이 가슴에 쿵 하고 와 닿았다. ‘행복한 수행자’의 모습을 담겠다 결심했다. 밤새 삼천배를 하는 스님 곁을 지켰고, 요가나 축구를 하며 단련할 때도 함께 어울렸다. 어느 순간 스님들은 굳은 표정이 펴지고, 익살스러운 포즈를 잡기도 했다. “이때부터 사진이 풀리기 시작했죠.”

	불교 전문 사진가 하지권의 ‘절집, 세 번째 이야기’ 전시에 출품된 작품 ‘소임’.

하 사진가가 올해 6월부터 찍은 해인사 강원 사진 중 98점을 선별해 ‘절집, 세 번째 이야기-해인사 강원’ 전을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연다. 2015년 ‘절집’, 2016년 ‘절집 두 번째 이야기-수행자’에 이은 세 번째 절집 이야기다. 사진 속에는 해인사 강원 스님들의 치열한 수행과 학습, 일상이 담겨 있다. 스님들이 공부하고 토론하는 모습, 울력(절에서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일하는 것)하는 모습, 예불 드리는 모습, 법고를 두드리고 연습하는 모습, 일주일간 잠을 자지 않고 참선에 몰두하는 용맹정진 등 다양한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하얀 스크린을 배경으로 스님들을 찍은 사진이 눈에 띈다. 늘 풍경 속 또 다른 풍경으로 존재하던 스님들이 그 자신으로만 설 수 있도록 장치한 것이다. 스님의 눈빛과 순수함이 더욱 도드라진다.

큰 나무 아래서 법고 연습을 하는 사진은 전국대회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해인사 법고 실력의 원천을 보여준다. 북채 잡는 것도 서툰 1학년 스님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을 반복해, 4학년쯤 되면 북채를 들고 날아다닐 정도가 된다.

하 사진가는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사찰도 예외가 아니다. 해인사 강원 스님을 시각화하는 작업은 그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촬영은 내년 봄까지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인사 구광루에서 다음 달 7일까지. (055)934-3000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