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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서 <15> 밀양 부은사

천태산에 포근히 안긴 ‘적멸보궁’… 잊혀진 가야불교 되살아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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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용 기자
  •  |  입력 : 2017-12-19 19:04:0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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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로왕의 아들 거등왕이 창건설
- 학계선 인정않지만 최근 재조명

- 임란때 불타고 중창됐다가 폐사
- 농산스님이 복원사업 시작
- 옛흔적 대신 기도사찰로 명성
- 요니·통천도량글 가야불교 자취

국내 사찰 가운데 경남에서만 볼 수 있는 절이 있다. 가야국의 근거지인 경남을 중심으로 가야불교의 흔적을 간직한 사찰들이다.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에 있는 부은사(父恩寺) 역시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가야불교 사찰 가운데 한 곳이다.
   
마고석굴에서 내려다 본 부은사 전경.
천태산 중턱 낙동강을 굽어보는 명당에 자리한 부은사를 찾아가는 길은 쉬운 듯 쉽지 않다. 삼랑진읍 소재지에서 양산시 원동면으로 향하는 지방도 1022호선을 따라 3.7㎞ 정도 가면 동촌마을 끝자락에 왼쪽으로 난 산길이 부은사로 가는 길목이다. 이곳에서 다시 1㎞ 정도 올라가면 막다른 곳에 자리한 건물이 부은사다. 이 구간은 가파른 경사에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아 조심해야 한다. 천하의 명당 터로 알려진 부은사의 진면목을 보려면 자동차보다 도보를 권한다.

■김수로왕 기리는 부은사
   
부은사 주존불인 석조아미타불좌상(경남 유형문화재 476호)과 부처님 진신사리.
가야불교는 서기 48년 가야국 시조인 김수로왕과 결혼하기 위해 인도 아유타국에서 온 허황옥의 오빠 장유화상이 파사석탑과 불경 등을 가지고 왔다는 남방 전래설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는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년) 중국에서 승려 순도가 불상과 불경을 들여온 것을 인정할 뿐, 가야불교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가야사 복원사업에 나서면서 가야불교 전래 역사에 대한 연구도 활기를 띠고 있다. 부은사를 비롯한 가야사찰 재조명 작업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부은사는 사찰 명칭에 담은 뜻 그대로 가야국 김수로왕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아들인 거등왕(居登王·199~253년)이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거등왕은 부은사 외에도 많은 사찰을 창건했다. 왕위를 이어받은 거등왕은 부모의 은덕에 보답하려고 천태산에 부왕을 위한 부은사를 짓고, 김해 무척산에는 모친인 허황후를 기리는 모은암을 지었다. 그리고 지금의 김해시 진영읍 봉화산인 자암산에 자은암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이런 연유로 부은사 창건 시기는 서기 200년으로 기록돼 있다.

2000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부은사는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조선 전기까지 유지된 부은사는 임진왜란 때 왜군들에 의해 불에 타면서 명맥이 끊겼다. 이후 조선 말인 1860년 대구 동화사에서 온 학송 스님이 옛 부은사지 위에 부은암을 복원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폐사됐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부은사는 현재의 부은사를 중창한 태우 큰 스님의 사조(스승의 스승)인 농산스님의 복원사업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해동제일 보은도량

   
부은사 마고석굴 전경.
현재의 부은사에서 가야시대 사찰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큰 사찰처럼 일주문도 없고, 웅장하고 고색창연한 가람도 없다. 중창과 폐사를 거듭하면서 예스러움은 사라졌지만, 부모님의 은혜를 기리는 보은 기도사찰로 명성은 높다. 중창된 부은사는 산기슭을 따라 남서향으로 가람을 배치했다. 가운데에 천불보전을 두고, 오른쪽에 범종과 목어가 있는 범종각을 세웠다. 천불보전 뒤로 영산전, 삼성각 등을 배치했다. 부원사가 소장한 문화재인 석조아미타불좌상(경남 유형문화재 476호)은 색다른 유래를 갖고 있다. 폐사와 중창을 거듭하던 1930년께 마을 신도였던 주은택 거사가 약초를 캐다 석불 5기를 발견했다. 2기는 파손됐고 2기는 외부로 반출돼 현재 1기만 남은 것이다. 경주 옥석으로 만들어진 이 불상은 조선 숙종 때인 1688년 제작됐다. 부은사의 유래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유물이었던 암막새(지방 기왓골 끝에 사용하는 기와) 분실도 안타깝다. 부원사 지원 스님은 “1980년도에 발견된 암막새에 전각을 지은 내력, 창건과 시주 관련 내용이 기록돼 있다”며 “오래전 향토사학자가 연구한다며 가져간 뒤 사라졌다”고 말했다.

보은도량이자 기도도량 명성을 더하는 또 다른 장소는 마고석굴(麻姑石窟)이다. 부은사 뒤편 폭포 바위에서 500여 m 산길을 오르면 작은 석굴이 있다. 옛적 ‘마고(麻姑)’라는 이름을 가진 신선이 머물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의 원효대사와 조선시대 사명대사가 마고석굴에서 수행했다는 유래가 전하는 유명한 기도처다.

■가야불교 흔적 곳곳

   
부은사에는 국내 사찰 가운데 유일하게 천불보전 법당 안에 김수로왕과 허황후를 모시고 있다.
부은사를 품은 천태산은 가야국과 깊은 인연을 간직한 산이다. 부은사가 있는 안태리는 양수발전소 앞 ‘태봉(台峰)’에 김수로왕의 안태를 묻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을 안태리로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등 천태산은 가야시대 왕족의 탯줄을 묻은 영산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부은사를 중심으로 인근 곳곳에 가야불교 가야국과 관련된 흔적이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요니’다. 부은사 경내에는 맷돌 모양의 석물이 있는데, 이 석물은 인도의 힌두교 시바신 상징으로 성기신앙의 대상물이다. 요니는 인도말로 여자의 성기를 뜻하며, 요니 위에 링가 즉 남자의 성기를 세워 놓고 물을 뿌리면서 자녀출산을 기원했다고 한다. 또 다른 가야의 흔적은 부은사 뒤편 커다란 폭포암벽에 새겨진 ‘통천도량(通天度量)’이라는 글자다. 하늘과 통하는 곳이라는 이 글자는 가야불교에서만 볼 수 있다. 가야시대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김해 은하사의 종각 옆 바위에도 ‘신어통천(神魚通天)’이 새겨져 있다.

이밖에 부은사 극락전 오른쪽 아래에 있는 장방형의 돌무더기 역시 인도불교의 불사리탑 형태를 갖춘 가야사찰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처럼 부은사는 역사학계 정설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고대 불교의 숨결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찰 중의 한 곳이다.

이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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