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터 번역성경 이 땅 밟는 과정
- 1908년 신약·1911년 구약전서
- 국내외 다양한 찬송가 책 소개
- 칼뱅이 佛국왕에 보낸 헌정사 등
- 30일까지 화요일~토요일 전시

올해는 1517년 시작된 종교개혁이 500주년을 맞은 해다. 부산에서 이를 기념해 종교개혁 역사를 소개하고 그 정신을 다시금 일깨우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 동래구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은 오는 30일까지 특별전 ‘오직 성경 Sola Scriptura-깨달음의 소리, 믿음이 되다’를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1517년 10월 31일 루터(1483~1546)가 독일 비텐베르크성 교회의 문에 게시한 ‘95개조 논제’로 시작한 종교개혁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와 각국 번역본 성경, 찬송가 원본을 관람할 수 있다.

루터가 번역한 성경이 우리 땅에 닿는 과정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루터는 라틴어로 적혀있어 성직자만 이해할 수 있던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 최초의 인물이다. 이 일은 나라마다 자기 언어로 성경을 번역해, 글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하나님의 진리를 이해하는 토대가 됐다. 성경 66권 가운데 낱권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오기 시작한 때는 1882년부터다. 존 로스 목사를 중심으로 존 매킨타이어, 이응찬, 백홍준, 서상륜, 이성하 등이 중국에서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을 낱권으로 번역해 1882년 출간했다. 1887년에는 우리말로 번역된 최초의 완역 신약성경 ‘예수성교젼셔’가 나왔다.

국내에서는 1887년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목사가 마가복음서를 번역·출간한 것으로 성서 번역사업이 시작됐다. 1900년에는 신약성서 전체를 번역한 ‘신약젼셔’ 완역본이 나왔다. 몇 번 수정을 거쳐 1906년 한국 최초 공인역본 ‘신약젼서’가 등장했다. 1911년에는 우리말 ‘구약전서’가 출간됐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말로 번역된 구약성서와 신약성서를 모두 갖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1908년 본 ‘신약전서’와 1911년 본 ‘구약전서’를 직접 볼 수 있다. 이외에도 1900년대 초반 우리말로 번역된 다양한 성경책을 볼 수 있다.

종교개혁가 루터와 칼뱅(1509~1564, 프랑스 출신으로 스위스에서 활동)은 예배에서 신자들이 함께 찬송가를 부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신자들은 찬송을 부르지 않고 오직 성직자들만 라틴어로 찬송을 불렀다. 전시에는 루터가 시편 46장을 바탕으로 만든 찬송가 ‘내 주는 강한 성이오’ 악보 사본을 선보인다. 그는 스스로 “신학자가 되지 않았다면 음악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음악적 소양이 탁월했다. 루터는 1523년부터 독일어 찬송가를 작곡해 마을마다 배포하고 함께 부르게 했다. 칼뱅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데는 시로 쓰여진 ‘시편’이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1539년 ‘제네바 시편 찬송가’를 처음으로 출간했다. 여기에는 18곡의 시편 찬양이 수록됐는데, 그중 6곡에 직접 가사를 붙일 만큼 열정을 쏟았다. 전시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다양한 찬송가 책이 소개된다.

1536년 스위스 바젤에서 라틴어로 처음 출간된 칼뱅의 대표 저서 ‘기독교 강요’(강의 요약이라는 뜻) 초판에 실렸던, 칼뱅이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에게 보내는 헌정사(1535년 8월 23일 작성)의 프랑스 번역본(1927)도 볼 수 있다. 헌정사에서 칼뱅은 복음주의 프로테스탄트에게 가해진 잘못된 비난과 오해에 대해 논박했다.

동래중앙교회 예람비전센터 3층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은 130여 년 전 전파된 한국 근대 기독교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해 2013년 개관했다. 초창기 한국 교회의 유산인 고성서를 비롯해 잡지, 사진 등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무료. (051)555-3096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