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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충무로 영화판에 멜로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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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 기자
  •  |  입력 : 2017-12-14 18:49:3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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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업영화에서 멜로 장르가 사라졌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흥행 50위 안에 멜로 장르라 할 수 있는 한국영화는 단 두 편, ‘싱글라이더’와 ‘어느날’이 각각 39위와 47위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지난해에도 ‘좋아해줘’(28위), ‘그날의 분위기’(31위), ‘해어화’(35위), ‘나를 잊지 말아요’(38위), ‘순정’(44위), ‘남과 여’(45위) 등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보였다. 이들 영화 중 ‘싱글라이더’는 이병헌, 공효진, ‘나를 잊지 말아요’는 정우성, 김하늘, ‘남과 여’는 전도연, 공유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출연한 웰메이드 영화임에도 흥행 성적은 50만 명에도 못 미쳤다.
   
2010년 이후 관객들로부터 최고의 사랑을 받은 한국 멜로 영화 ‘건축학개론’.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2010년대만 해도 멜로 영화들이 한국영화 흥행의 한축을 담당했었다. 1980년대에 ‘무릎과 무릎 사이’, ‘깊고 푸른 밤’, ‘겨울 나그네’ 등을 포함해 수많은 멜로 영화의 전성시대였고, 1990년대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접속’, ‘편지’, ‘8월의 크리스마스’ 등 굵직한 멜로 영화들이 탄생했으며, 2000년대 ‘번지 점프를 하다’, ‘봄날은 간다’, ‘연애소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너는 내 운명’ 등 지금까지 사랑받는 작품들이 등장했었다. 그런데 2010년대에 들어서는 ‘건축학개론’ 외에 선뜻 기억에 남거나 흥행에 성공한 멜로 영화가 기억나지 않는다. 특히 정통 멜로 영화는 더더욱 떠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한국 멜로 영화가 관객들의 시야에서 멀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 장르의 쏠림 현상을 들 수 있다. 2010년대에 들어 남성 중심의 범죄 및 사극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남자 배우들의 티켓 파워가 세졌고, 이들의 개런티가 높아지면서 충무로에는 규모가 큰 장르 영화 중심으로 기획되는 경향이 생겼다. 이렇다 보니 멜로 장르의 시나리오는 점점 자리를 잃게 됐고, 감독들 또한 멜로 영화와 거리를 두게 됐다. 그런 가운데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에서 트렌디한 멜로드라마가 대거 방영되면서 양질의 시나리오와 멜로 영화 관객들을 빼앗겨 버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16년에 발표한 ‘극장 영화소비자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관객들이 ‘주 관람 영화 장르’로 멜로와 로맨스를 1순위로 꼽은 비율은 3.3%에 지나지 않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관객의 소비 경향이 크게 바뀐 것이다. 비싼 관람료를 내는 관객들은 액션, SF, 범죄 등 큰 스크린을 통해 볼 때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르 영화를 선택한다. TV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영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더 커진 것이다. 앞서 보고서를 보면 액션, SF를 1순위로 선택한 관객이 46%에 달하고, ‘관람 영화 선정 시 고려 요인’에 있어 줄거리에 이어 장르를 두 번째로 꼽은 것은 이를 증명한다.
   
이렇게 위기에 놓인 멜로 영화이지만 충무로에서는 언젠가 다시 한번 멜로 영화의 파도가 높이 칠 것으로 예상한다. 타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찍을 수 있는 멜로 영화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가요계는 계절송이 유행하고 있는데, 벚꽃이 날릴 때, 소나기가 창문을 두드릴 때, 낙엽이 물들 때, 흰 눈이 내릴 때 볼 수 있는 한국 멜로 영화를 기대해본다.

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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