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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21> 한 해의 끝자락서 만난 풀꽃문학관 나태주 시인

소박해서 아름다운 풀꽃시인… 따스한 시 한 토막에 위안받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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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12-11 18:40:0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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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초등학교 교사는
- 시골서 자동차 없이 살았다
-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시를 쓰며
- 아이의 어법으로 숨결을 나눴다

- 이제 유명세로 찾는 이 많아도
- 시인은 공주의 한 마을에서
- 자주 들르는 밥집·카페마다
- 시 한 편씩을 선물하며 산다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 고된 마음을 어루만지는
- 정답고도 소담한 말과 보살핌
- ‘풀꽃’엔 그의 삶 자체가 담겼다

해 질 녘 제민천 천변 풍경과 풀꽃문학관 정경은 파스텔 그림처럼 따스하게 오래 ‘공주의 기억’으로 저장돼 있을 것이다.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으며 우리 일행을 안내해준 나태주(72) 시인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충남 공주시 풀꽃문학관에서 시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태주 시인. 사진가 손대광 제공
지난 9일 오래 기다렸던 ‘충남 공주 나태주 시인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비록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한 문학기행이지만, 조금 불안한(?) 예감 같은 것이 없지 않았다. 한국 시단에서 어쩌면 가장 소박한, 소박해서 아름답고, 그런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보살피는 시를 쓰는 나태주 시인이 요즘 무척 바쁘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랬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은 요즘 한국의 독자가 가장 많이 찾고, 사랑하는 시집이다. 오늘(11일)도 교보문고 시 부문 베스트셀러 1위는 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이다. 사람들은 그의 시 ‘풀꽃’을 서로 선물하며 마음을 전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가 지내며 글을 쓰는 충남 공주시 봉황로 풀꽃문학관은 언제나 아주 많은 손님이 찾아오고, 그는 밀려드는 강연 요청으로 자주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다. 우리 문학기행 일행이 풀꽃문학관으로 그를 만나러 갔던 그 날도 시인은 천안에 주례를 서러 갔다가 막 돌아온 길이었다.

“어서들 오세요. 여기 앉으세요. 이리로….” 공주에 단 한 채 남았다는 적산 가옥을 활용해 만든 풀꽃문학관에 들어서자 나태주 시인은 추운 날 구들에 불 피우듯 이야기꽃을 활짝 피워주었다. “아~그 이야기요? 제가 해드리죠. 이런 겁니다. 젊은 시절부터 저 자신을 보니 네 가지 ‘마이너’가 있는 겁니다. 첫째 시를 쓰겠다고 한 거, 둘째 초등학교 교사인 거, 셋째 시골에 사는 거, 넷째 자동차가 없는 거. 이 네 가지 ‘마이너’를 놓고 생각했어요. 어떡하면 내가 이 네 가지를 오래 간직하면서 견딜까. 시를 생각하면 많이 아파요. 동갑인 유명한 문인의 한국문학전집 책이 한 권짜리로 나올 때 나는 겨우 두 페이지 나오거나 아예 빠졌으니까. 초등학교 교사 하면서 가난했던 것도 정말 힘들었죠.….” 그런 나태주 시인은 이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면서 잘 한 게 네 가지 있다. 첫째 시를 쓴 거, 둘째 초등학교 교사를 한 거, 셋째 시골에서 산 거. 넷째 자동차가 없는 거.”

시를 쓰면서 그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남의 밥에 든 콩을 부러워하지 않고 내 밥에 든 보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을 하면서는 “아이들 어법”을 배웠다. “이 시를 한 번 들어보세요. ‘예쁘구나 생각했더니 방긋 웃는다 / 귀엽구나 말했더니 꾸벅 인사를 한다 / 하나님이 보여주신 나라가 이와 다르지 않다’. 이 시는 아이들의 모습과 말투를 그대로 쓴 것입니다. 게다가 시골에서 살았으니 진보·보수 대립에 휩쓸리지 않았고, 자동차 없이 자전거만 탔으니 낮은 곳 자연을 더 자세히 봤지요.”

그는 일행을 데리고 공주 시내 제민천 천변으로 갔다. 천변에는 예쁘고 고즈넉한 카페와 밥집이 많았다. ‘눈썹달’이라는 카페로 들어섰더니, 그 카페에는 ‘찻집, 눈썹달’이라는 시가 걸려 있다. ‘만날 사람 없어 혼자인 날 / 도란도란 개울가/ 물소리까지 정다운 집’.(일부) 나태주 시인이 쓴 시이다. “이렇게 쓴 시가 참 많아요. 동네 순두부집에 가서 시 한 편 써서 드리고, 칼국숫집에도 시 한 편 써서 드리고.” 그가 말을 이었다.

“나는 ‘높은’ 시인이 아니요. 권위가 높고 그런 시인이 아니고, 사람들이 읽어서 위안이 되고, 도움을 주고, 같이 가는 데 숨결을 나누는 그런 시, 엄청난 시가 아니고 당신 옆에 이런 말들이 있다. 당신이 힘들다면 이런 말들로 조금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말을 거는 시인이죠. 제 소망은 이 고장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거예요. 이 고장 분들이 나를 사랑해야 비로소 사랑받는 거예요. 그러자면 제가 잘해야 해요. ” 동네 사람들이 사랑하는 시인, 고장 사람의 사랑을 받는 시인, 그런 사랑을 최고라 말하는 시인. 이런 동네와 이런 시인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름다운 시론이었다.

   
일행이 공주를 떠나야 할 때가 오자 그가 말했다. ”요즘 워낙 많은 분이 찾아오세요. 그래서 좀 힘들긴 해요. 낯선 분을 만나야 하고, 일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하니까. 그래서 사람이 오면 처음엔 좀 싫거든요. 근데 갈 때는 더 싫어. 그 새 정이 들어서. 헤어지는 게 싫은 거여.” 이렇게 멋진 인사말을 들은 것도 처음이다. 그가 어떤 삶 속에서 ‘풀꽃’을 썼는지 조금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풀꽃’ 전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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