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와 결혼 뒤 에릭과 삼각관계
- 팝 역사상 ‘가장 위험한’ 뮤즈

- 모델 시절 모습과 추억의 팝스타
- 신세계갤러리서 사진으로 공개

“조지는 좋은 모델이었어요. 반면 에릭은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았아요. 카메라를 들이대면 질려 하며 사라지곤 했죠.”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열고 있는 1960·70년대 팝계 뮤즈, 패티 보이드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 앞에 섰다. 사진은 장미 덩굴 앞에 선 젊은 시절 패티와 비틀즈 멤버 조지 해리슨.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혹은 위험한) 뮤즈’, 패티 보이드(Pattie Boyd·73)가 1960·70년대 팝의 두 전설을 찍은 사진이 부산에서 공개됐다. 패티 보이드는 비틀즈의 멤버 조지 해리슨(1943~2001)과 기타의 전설 에릭 클랩튼(1945~)의 첫 번째 부인이다. 패티 보이드와 불 같은 사랑에 빠진 두 뮤지션은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명곡 ‘Something’(비틀즈 1969년 발매 앨범 ‘Abbey Road’ 수록)과 ‘Wonderful Tonight’(에릭 클랩튼 1977년 발표)을 남겼다.

부산을 처음 방문한 패티 보이드를 사진전이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갤러리(신세계백화점 6층)에서 만났다. “부산을 아주 좋아하게 됐어요. 서울과 달라요. 공기가 깨끗하고 바다도 인상적이에요. 다이아몬드 브릿지(광안대교)도 아름답고, 해운대의 건축물이 무척 흥미롭네요. 통도사도 대단히 아름다웠어요.” 며칠 사이 인도에서 런던, 다시 부산으로 오는 빡빡한 여정이었지만 패티 보이드는 1960년대 ‘보그’지 표지에 실렸던 얼굴처럼 생기가 넘쳤다.

패티 보이드는 1944년 영국 서머셋에서 태어난 모델이자 사진가이다. 1962년 런던에서 모델 일을 시작해 런던은 물론 뉴욕 파리를 무대로 활약한 톱모델이자 당대의 ‘잇걸’이었다. 1970년대 모델 생활을 마친 뒤 ‘타임’ 등 매체에 사진을 제공하는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스웨덴 일본 프랑스 등 전 세계적으로 사진전을 여는 유명 작가다.

그는 조지 해리슨, 에릭 클랩튼과의 삼각관계로도 유명했다. 조지 해리슨과는 1964년 비틀즈의 첫 영화 ‘A Hard Day’s Night’에 출연하면서 사랑에 빠졌다. 1966년 결혼했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조지가 패티를 등한시하자 그녀는 질투심을 유발하고자 남편의 ‘절친’ 에릭 클랩튼에게 의도적인 눈길을 보냈다. 패티와 에릭의 미묘한 관계를 눈치챈 조지가 패티에게 돌아왔지만, 두 사람은 1977년 이혼했다. 당시 에릭은 실의에 빠져 1970년 ‘Layla(레일라)’라는 곡으로 실연의 아픔을 표현했다. 패티는 “‘레일라’ 곡을 가장 좋아한다. 친구가 나와 에릭에게 ‘레일라와 마즈눈’ 책을 선물했는데 에릭이 거기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사랑에 빠졌으나 사랑을 이루지 못한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패티와 이별하면서 기타조차 잡을 수 없을 만큼 망가졌던 에릭은 1979년 꿈에 그리던 여인 패티와 결혼식을 올렸다. 에릭의 1977년 곡 ‘Wonderful Tonight’은 패티를 얻게 된 기쁨을 표현한 곡이다. 그러나 에릭과 패티는 1989년 이혼했다.

사진전에는 패티가 모델로 활동하던 시기, 1960·70년대 교류한 팝 뮤지션들과 친밀했던 순간,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튼과 결혼생활을 담은 사진 100여 점이 전시된다. 패티는 가장 좋아하는 사진으로 조지와 장미 덩굴 앞에서 찍은 사진을 골랐다. 그는 “삼각대에 카메라를 놓고 빨리 돌아와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찍은 사진이다. 조지는 그사이 얼굴을 돌려버렸다. 어렸고, 아름다웠고, 사랑했던 순간이 담긴 사진이다. 또, 장미가 사랑을 의미하지 않나”고 웃으며 말했다. 다음 달 15일까지. 성인 1만 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5000원. (051)745-1505

박정민 기자 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