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라시대 건립 뒤 수차례 중수
- 주차장서 사찰까지 숲길 운치

- 푸른 학의 전설 담긴 ‘방학교’
- 이성계·신덕왕후 사연 전해져
- 국보급 등 문화재도 다수 소장

경남 진주시 금산면 갈전리 월아산 자락에 있는 청곡사(靑谷寺)는 서부 경남의 대표적 천년고찰이다. 남해고속도로 문산IC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여서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경남 진주시 금산면 월아산 기슭에 있는 천년 고찰 청곡사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사찰까지 운치 있는 숲길을 걷는다. 산림욕장의 산책로를 연상시키면서 속세를 벗어난 듯 숙연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산새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전설을 가득 담고 있을 것 같은 자그마한 저수지가 보인다. 학영지라는 곳이다. 호수에 반쯤 잠긴 노송이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며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곱게 물든 단풍은 호수 속으로 들어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청곡사는 신라 헌강왕 5년(872년) 도선국사(827~898)가 진주 남강에서 푸른 학이 월아산 기슭으로 날아와 앉자 성스러운 기운이 감돈다며 세웠다고 전해온다. 청곡사 입구의 방학교(訪鶴橋)가 그 전설을 뒷받침해 준다.

청곡사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 수차례의 중수를 거친 데 이어 6·25 전란 때 대부분 소실됐다. 2000년부터 서강 스님이 대대적인 중수를 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청곡사는 영화 ‘경성학교’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경이로움에 고개 숙이다

	청곡사 내 불교 문화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국보 제 302호인 영산회상 괘불탱화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를 그린 ‘영산회상 괘불탱화’를 보면 압도적인 경이로움에 숨이 턱 막힌다. 위엄 있는 자태와 자비로운 얼굴이 그를 우러러보게 한다. 길이 10.4m, 폭 6.4m 크기의 전체를 만나려면 지하 3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청곡사 내 불교 문화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겸재 정선과 동시대를 살았던 조선 후기 대표적 불화승 의겸이 10명의 화승과 함께 제작한 이 괘불에는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6m 크기의 석가모니 불상의 위엄 있는 자태 옆에 부드럽고 인자한 표정의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서 있다. 괘불은 절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뜰에 걸어놓고 기도를 드리는 대형 걸개그림이다. 이때 야외에 설치되는 법단이 ‘야단’(野壇) 이다. 괘불이 걸리는 날 사찰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사람들로 붐볐다. ‘야단법석’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왔다 한다.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만남

청곡사에는 태조 이성계와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신덕왕후(神德王后·청곡사 아랫마을이 고향)의 그 유명한 버드나무 잎을 띄운 물바가지 이야기가 전해온다. 고려 말 이성계는 남해안의 왜구를 토벌하고 무학대사와 함께 청곡사를 찾았다. 말에게 물을 먹이고 자신도 물을 마시기 위해 사찰 아랫마을 우물가에 잠시 멈췄다. 우물가에 한 여인이 있어 물을 청하였더니 바가지에 버드나무 잎 몇 개를 띄워 물을 담아 주었다 한다. 이유가 궁금해 물으니 여인은 급히 먹다 체할 것이 걱정된다 하였고 그 마음과 미모에 반한 이성계가 훗날 왕비로 삼은 이가 바로 이때 만난 신덕왕후다.

1396년에 신덕왕후가 승하하자 그 이듬해(1397년) 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향완(제사 때 향로(香爐)를 놓기 위한 탁자)을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 향완에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왕비인 신덕왕후가 승하하자, 1397년(태조 6년) 왕후의 고향인 진양 대도호부(현 진주시)에 있는 월아산 청곡사 보광전에 보존할 향완을 만들었다’고 적혀 있다. 향완은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문화 향기 가득한 사찰

	보물 1232호인 제석천왕과 대범천왕상

청곡사는 천년고찰에 걸맞게 국보와 보물, 도 문화재 등이 많아 문화의 향기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대웅전은 1611년 이후 한 번도 해체·복원된 적이 없는 목조건물로 경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정면 3칸 측면 2칸짜리 주심포 팔작집으로 활주를 세워 지붕을 받치고 있는 목조 기와집이다. 광해군 때 그 원형이 이루어졌으며 서부 경남 일대에서 가장 오래 된 건물에 속한다. 일반인이 출입하는 대웅전 측면의 두 쪽 문에 쪽문 하나가 더 달려 있는 것이 이채롭다.

대웅전 내에는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영산회상도, 괘불함 등이 있다.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은 대웅전에 봉안돼 있는 목조로 만들어진 좌상이다. 석가모니불좌상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문수보살좌상, 우측에는 보현보살좌상이 있는 삼존불좌상으로, 제작 당시에 기록된 자료가 발견되지 않아 불상에 대한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다.

삼층석탑은 도선국사의 창건 당시에 건립된 것이라 전하며, 신라 말의 양식이 뚜렷한 작품이다. 이중기단 위에 탑신부를 구성한 높이 2.5m의 일반형 삼층석탑이다.

▷목조 제석천·대범천의상(보물 제1232호) ▷괘불함(도 유형문화재 제261호) ▷금강역사상(도 유형문화재 제348호) ▷영산회상도(도 유형문화재 제349호) ▷업경전(도 문화재자료 제139호) 등도 청곡사의 자랑거리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