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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암 심국보의 동학 이야기 <22> 한 사람이 착해짐에 천하가 착해진다

‘도덕’ 갖춘 뒤 세상 바꿀 꿈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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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11-03 19:27:06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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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착해짐에 천하가 착해진다’. 해월 최시형의 말이다.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으로 세파를 뚫겠다는 다짐이다.

이 세상이 어떤 곳인데 나 하나 착해진다고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는가. 당랑거철(螳螂拒轍)! 수레바퀴를 막아선 사마귀 격이 아닌가.

해월은 보따리 짊어지고 방방곡곡 도망치며 보았다. 주린 배 움켜잡고서 아우성치던, 초근목피 한 사발에 울고 또 울던, 하늘 아래 들판의 산 위에 가슴마다 타는 분노를 해월은 생생히 보았다. 동학이 탄생한 지 12년 차 되던 해 봄, 해월은 동학도를 모아 이필제와 함께 경북 영덕군 영해에서 ‘혁명’을 일으킨다.

영해 부사의 목을 치고 영해읍을 점령하지만, 실패한다. 이필제를 비롯한 많은 동학도는 붙잡혀 죽고, 해월은 강원도로 피신한다. 동학은 존망의 기로에 선다. 해월은 ‘교조신원’(원통하게 죽은 스승 수운 최제우의 원을 푼다)이란 말에 현혹하여 이필제와 함께 무장투장에 나선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강원도 영월 깊은 산속 박용걸의 집에 숨어 49일 기도를 올리며 참회한다.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해월은 말한다.

“무릇 때와 일에 임하여 ‘우(愚·어리석은 듯), 묵(默·침착하게 하는 것), 눌(訥·말조심하는 것)’ 세 자를 용으로 삼아야 합니다. 만약 경솔하게 남의 말을 듣고 말하면, 반드시 나쁜 사람의 속임에 빠집니다. 우묵눌로써 실행해 나아가면 공은 반드시 닦는 데 돌아가고 일은 반드시 바른 데 돌아갈 것입니다.”

이 말은 이필제의 그럴듯한 풍모와 현란한 말, 그리고 ‘교조신원’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숱한 제자를 희생시킨 해월 자신의 반성문이기도 했다. 또 말한다.
“한 사람이 착해짐에 천하가 착해지고 한 사람이 화해짐에 한 집안이 화해지고, 한 집안이 화해짐에 한 나라가 화해집니다. 한 나라가 화해짐에 온 세상이 다 화해집니다. 이것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스승인 수운 최제우의 말씀 ‘풍운대수 수기기국 현기불로 물위심급(風雲大數隨其器局 玄機不露 勿爲心急)’, 현대적 해석은 ‘역사의 변천을 이끌어가는 거대한 힘은 시대의 한정된 조건에 따른다. 현묘한 기미는 나타나지 않았으니 마음을 조급히 하지 마라’를 되새기며 전략을 바꾼다. 지극한 정성으로 수행하며 ‘도덕’으로 무장하고 천하를 착하게 할 ‘계책’을 품은 ‘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 동학은 다시 기운을 회복하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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