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당·인물·풍경사진 70점 공개

- 공산정권 탄압에 성직자 수난
- 6·25 때 남한 내려와 명맥 유지
- 김수환 추기경 등 교구장 서리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곳, 북한의 평양남북도를 관할하는 가톨릭 평양교구 설정 90주년을 맞아 사진전이 열린다. 전시 제목은 현실보다 바람을 담았다. ‘일어나 가자!’.

1948년 10월 10일 평양교구 사제단 마지막 단체 사진. 제6대 평양교구장 홍용호 프란치스코 주교(앞줄 왼쪽 네 번째) 집전으로 사제서품식을 치른 뒤 평양 관후리 주교좌 성당 사제관 앞에서 평양교구 사제단과 성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이 함께 찍었다.

부산 중구 가톨릭센터 대청갤러리는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평양교구 설정 90주년 기념 사진전 ‘일어나 가자’를 개최한다. ‘일어나 가자’(마태복음 26장 46절)는 제6대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의 사목 표어다.

사진전에서는 평양교구에서 활동한 메리놀 외방 선교회와 평양교구 사무국이 수집한 1920~1950년대 평양교구 본당·인물·풍경 사진 70여 점이 공개된다. 분단 이전 평양교구 주교좌 관후리 성당 일대와 평양 상수구리에 있던 성모학교,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의 수녀원 건물 등을 그린 펜화 두 점도 전시된다.

평양교구는 1927년 3월 17일 서울대목구(대목구는 정식 교계제도가 설정되지 않아 교황청이 직접 관할하는 교구)에서 분리돼 평양지목구로 설정됐다. 1939년 7월 11일 대목구로 승격됐고, 1962년 3월 10일 정식 교구로 승격했다. 초대 지목구장에는 메리놀 외방 선교회 패트릭 번(1888~1950) 신부가 임명돼 1929년까지 사목했다. 이후 메리놀 외방 선교회선교사들이 교구장으로 임명됐으나 1942년 태평양전쟁 때 강제추방됐다. 1943년 홍용호 신부가 교구장에 임명돼 한국인 두 번째 주교가 됐다. 1943년 기록을 보면 평양교구는 본당 19곳, 공소 106곳, 교육기관 22곳, 복지기관 17곳을 운영했다. 신자는 2만8400명에 이르렀다. 대부분 본당이 교육시설을 설치해 한글교육을 실시했고 양로원·고아원·시약소를 운영하며 사회에 헌신했다.

평양 외곽 서포에서 찍은 교회학교 학생들 소풍 장면.

해방 이후 공산정권이 들어서 평양교구는 큰 어려움에 처했다. 홍용호 주교가 1949년 공산 당국에 피랍된 일을 시작으로 모든 성직자가 체포되고 처형됐다. 혼란의 시기에 평양교구와 북한 교회의 많은 신학생, 수녀, 평신도가 남한으로 왔다. 이들 신학생 중 윤공희 대주교(전 광주 대교구장), 지학순 주교(전 원주교구장, 1993년 선종), 박정일 주교(전 마산교구장), 황인국 몬시뇰(평양교구장 서리 대리) 등이 남한에서 신학교를 마치고 서품을 받았다. 현재 북한에는 사제와 수도자가 남아있지 않다.

남한에서는 평양교구의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1975년 김수환 추기경이 제8대, 1998년 정진석 추기경이 제9대, 2012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제10대 평양교구장 서리에 임명됐다. 2004년 당시 평양교구장 서리 정진석 추기경이 황인국 몬시뇰을 평양교구장 서리 대리로 임명했다.

평양 서포 메리놀센터. 평양교구 사무국 제공

서울 중구 명동 서울대교구청 8층에는 평양교구 사무국도 있다. 여기서 황인국 몬시뇰과 실무책임자 장긍선 신부가 평양교구 사료 수집과 증언 채록 등을 한다. 6·25전쟁 전후 희생된 평양교구 순교자에 대한 시복 준비 작업도 하고 있다. 장 신부는 “부산에 평양교구 출신 신자가 많기에 지난 3월 서울에 이어 부산에서도 사진전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월남한 신자들은 1949년 11월 평양교구 신우회를 발족한 이후 지금까지 부산과 서울에서 매월 정기미사를 봉헌하며 평화를 기도한다. 이번 사진전에서 부산 신우회 신자들이 ‘전시장 지킴이’를 할 예정이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