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숙 강기화 김자미 박혜자 수아
- 부산지역 설화·전설 모아 살 붙여
- 아이들에 읽어줄 이야기 만들어

아동문학인 5명이 이야기책 ‘옛 이야기 밥’(호밀밭 출판사)을 펴냈다. 동화작가와 동시인이 함께 책을 내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동화와 동시가 아닌 이야기책을 낸 것도 흔치 않다.

	부산의 아동문학인 5명이 지역의 전설을 모아 이야기책 ‘옛 이야기 밥’을 펴냈다. 작업에 참여한 강기화, 박혜자, 강경숙, 수아, 김자미 작가(왼쪽부터).

이번 책을 함께 펴낸 강경숙(동화·201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강기화(동시집 ‘놀기 좋은 날’), 김자미(동시집 ‘달복이는 힘이 세다’), 박혜자(동화·목포문학상 등 수상), 수아(동화·부산아동문학신인상 등 수상) 등 5명의 인연은 ‘책’으로 시작됐다.

부산아동문학인협회 회원으로 만난 5명은 책을 부지런히 읽으며 생각의 틀을 키워보자는 데 뜻을 모아 2013년 인문학 동아리 ‘돈키호테’를 만들었다. 그리고 매주 영광도서에 모여 책을 낭독했다. 강경숙 동화작가는 “책을 낭독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반응을 바로 볼 수 있고, 책의 의미도 더 와 닿는다. 독자와 교감해야 하는 작가에게 더할 나위 없는 공부였다. 꾸준히 낭독을 하며 아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각자가 사는 동네의 옛이야기를 모아보자는 착안에서 시작해 이야기책이 완성됐다”고 과정을 소개했다.

‘옛 이야기 밥’은 5명의 작가가 사는 지역(북구 동래구 서구 사하구 강서구 남구)에서 전해지는 설화와 전설 등 옛이야기를 2개씩 채집해 각자의 글솜씨로 살을 붙여 만든 이야기 10편이 실렸다. 바람에 날려갈 정도로 빼빼한 영감이 무서운 산적에게 호통치고 사라진 이야기(‘빼빼영감과 산적’), 어려운 이웃과 동물을 도와준 마음씨 고운 곱단 할멈이 온천을 발견하고 오래오래 잘 살았다는 이야기(‘곱단할멈 꽃단 할멈’), 옥황상제의 딸 랑랑 공주가 호기심에 천마로 변신한 뒤 인간의 땅으로 내려가 천마 바위를 남겼다는 이야기(‘천마가 된 랑랑공주’), 괴정동의 지명을 만든 나무 이야기(‘다시 살아난 팔정자나무’) 등 다양한 소재와 내용의 전설이 생생한 이야기로 살아났다.

특히 “곱단 할멈은 홀홀홀 웃고 꽃단 할멈은 쯧쯧쯧 혀를 차며 친자매처럼 지냈다” “탕, 탕, 탕 발을 세 번 구르자 공주가 용마로 변했어. 용마로 변한 랑랑공주가 탕, 탕, 탕 발을 세 번 구르자 문이 열렸어” 같이 동화작가와 동시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입안에서 맴도는 발랄한 의성어를 활용해 소리 내 읽으면 더 맛깔나는 이야기가 탄생했다.

5명의 작가는 이번 책을 시작으로 동네의 옛이야기를 더 수집해 각자 이야기책을 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 동화작가는 “부산의 지자체별로 옛이야기를 발굴해 아이들이 읽기 좋도록 각색한 이야기책으로 펴내고 싶다. 아이들이 입으로 이야기를 읽으며 책 읽는 재미를 느끼고, 지역의 역사와 인물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