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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산으로 미술관 벽면녹화 하고 싶어”

현대미술관 ‘수직 정원’ 권위자 패트릭 블랑과 조경 논의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7-10-22 19:16:1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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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물 있는 지역 자연 재구성
- 대표작 300점 넘는 식물학자

- “미술관 디자인 엄격하고 단순
- 외벽 초록색과 잘 어울릴 것
- 산 삽으로 떠서 예술적 구현”

- 내년 6월 정식 개관 예정

“부산의 산을 삽으로 떠서 부산현대미술관 벽면에 예술적으로 구현하고 싶습니다.”
   
패트릭 블랑이 을숙도 생태환경을 조사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내년 개관 예정인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이 개관전의 하나로 밋밋한 외관을 예술적인 식물 조경으로 극복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대미술관은 최근 ‘수직 정원’의 세계적 권위자를 부산에 초청해 그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현대미술관은 지난해 완공 후부터 특색 없는 외관 탓에 ‘마트 같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수직 정원’(Vertical Garden) 창시자인 프랑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64)이 지난 19일 부산에 도착했다. 블랑은 4박 5일 일정으로 현대미술관과 미술관이 자리한 을숙도, 금정산, 화훼단지 등을 둘러 보며 생태 환경과 식물을 조사했다.

   
세계적인 ‘수직 정원’ 권위자 패트릭 블랑이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 앞에 섰다. 현대미술관은 정면과 측면 각 1면에 수직 정원 조성을 의뢰했다. 김종진 기자
수직 정원은 식물이 수직 벽면에서 자라거나, 설치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정원이다. 블랑은 ‘식물이 흙 위에 생존하고 정원은 땅 위에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흙이 없는 수직 콘크리트 벽에 ‘에어 플랜트’(Air Plants)를 이용한 수직 정원을 탄생시켰다. 수직 정원은 고밀도 도시에 드물게 남은 ‘여유’ 공간인 수직 공간을 활용해 정원을 조성하고,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2일 현대미술관에서 만난 블랑은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기술을 갖게 됐다. 열다섯 살 때 좁은 방에 더 많은 식물을 기르고 싶어 벽을 이용한 것이 시작이었고, 1986년 처음 공공건물에 수직 정원을 시도했다. 1994년 프랑스 한 정원축제에서 수직 정원을 전시한 후 이름이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프랑스), 안도 다다오, 세지마 가즈요(일본), 헤르조그 앤 드 뫼롱(스위스) 등과 협업했다. 케 브랑리 미술관(프랑스 파리), 21세기 미술관(일본 나가자와), 페레즈 아트 미술관(미국 마이애미) 등에 대표적인 작품만 전 세계에 300개 넘게 설치했다.

그는 단순히 식물을 벽에 옮겨 심는 기술적인 시도를 넘어, 건축물이 있는 지역의 자연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블랑은 “그 지역의 자연을 재구성하고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다는 점이 수직 정원을 조성하는 다른 분들과의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부산현대미술관의 수직 정원 조감도.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현대미술관을 본 소감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겉으로 봤을 때는 현대미술관이라고 짐작할 수 없었다. 내부도 폐쇄적인 구조이고, 엄격하다는 느낌이다. 마치 병원에 들어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대미술관 측은 정면과 측면의 1개 면 등 모두 2개 면의 벽면(1300㎡)에 수직 정원 조성 가능성을 의뢰했지만, 그는 “정문에서 내부로 들어왔을 때 보이는 왼쪽 카페테리아의 ‘휑한’ 벽면에도 설치하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현대미술관에 수직 정원을 설치하기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진단했다. “신축 건물이고 디자인이 단순해 수직 정원을 고정시키기에 좋다”는 것이다. 또 “건물 외벽이 베이지색이라 식물의 초록색과 잘 어울린다”고 분석했다.

좀 더 구체적인 구상을 묻자 “부산의 산 일부를 삽으로 떠서 공중에 매달고 싶다”고 답했다. “부산에는 (파리 등지에서 잘 볼 수 없는) 낮고 잘 보존된 산이 많다. 산 바로 아래 주거단지와 도심이 물결치듯 펼쳐져 있다. 그 확연한 대조와 경계가 신선하다. 을숙도는 잘 보조된 자연이지만 단조로운 수평이다. 현대미술관 수직 정원은 부산의 산을 연결시키고 싶다”고 했다.

블랑은 하나의 수직 정원에 100~300개 품종의 식물을 심는다. 다양한 식물이 각기 다른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하고, 각기 다른 새와 나비가 둥지를 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앞으로 부산을 포함한 전국에서 블랑이 원하는 식물 품종을 찾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지난 20일 지역 조경 전문가·건축가와 블랑이 가진 워크숍에서는 “지역 특유의 센 바람과 염분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블랑은 “부산과 비슷한 환경인 미국 마이애미와 호주 시드니에서도 성공적으로 수직 정원을 조성했다”고 상기했다.

현대미술관은 애초 내년 3월 개관 예정이던 계획을 늦춰 6월 중순에서 6월 말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김성연 현대미술관장은 “수직 정원은 개관 전시 중 일부라 ‘기술자’가 아닌 아티스트를 찾은 끝에 블랑 씨를 만났다”며 “수직 정원은 생태적인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린다. 관객에게 숲속 미술관에 들어서는 듯한 호기심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미술관은 수직 정원 조성 예산이 확정되면, 내년 2월부터 4월까지 조성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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