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여 년간 땅속에 숨져있던겨 여의도 비밀벙커, 일명 ‘박정희 비밀벙커’가 리모델링을 거쳐 전시 공간으로 시민에게 개방된다.

사진=여의도 벙커. 연합뉴스

서울시는 1970년대 대통령 경호용으로 추정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밀벙커를 전시문화공간 ‘SeMA 벙커’로 새로 단장해 19일 시민에게 공개했다.

이 벙커는 2005년 서울시가 버스환승센터 건립 공사를 벌이던 중 발견됐다

막연히 197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할 뿐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1976년 11월 항공사진에는 이곳의 흔적이 없지만, 이듬해 11월 항공사진엔 벙커 출입구가 등장하는 점으로 미뤄 이 시기 공사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정이 유력하다.

서울시는 “벙커 위치가 당시 국군의 날 사열식 때 단상이 있던 곳과 일치해 1977년 국군의 날 행사에 대통령 경호용 비밀 시설로 사용됐으리라 보고 있다”며 “냉전 시대 산물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시는 연면적 871㎡ 규모의 지하 벙커 공간을 가능한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특히 대통령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은 소파, 화장실, 샤워장 등 공간인데, 소파는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시민이 직접 앉아볼 수 있게 했다.

그 외의 공간은 예술품을 설치해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시는 앞서 2015년 10월 시민을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받아 1개월 동안 이곳을 임시 개방한 바 있다.

당시 구체적 활용 방안을 모았더니 63%가 열린 전시문화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의견을 냈다.

여의도 지하 벙커에는 시설의 두께를 가늠할 수 있는 ‘50㎝ 코어 조각’도 전시된다.

당시 벙커가 폭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치밀하고 틈 없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전시장 안쪽에는 발견 당시 상태로 복원한 역사 갤러리가 마련된다.

작은 타일로 이뤄진 바닥은 그대로 두고, 소방과 냉·난방 시설과 환기 시설은 새로 갖췄다.

개관 기획 전시전으로는 ‘역사 갤러리 특별전’과 ‘여의도 모더니티’가 다음 달 26일까지 열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재생을 통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잊혔지만, 우리의 역사와 기억을 간직한 공간이 시민에 개방됐다”며 “많은 사람이 즐겨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