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증작 선정 임원회 승인 생략
- 민간이전 설치도 승인 안 거쳐
- 재료비 1억 지급은 근거 없어
- 유지보수비 횡령 정황도 포착

부산시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를 지도점검한 결과 2015바다미술제 기증작품 선정 과정 전반에 문제(본지 지난달 20일 자 6면 등 보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최근 부산비엔날레 사무실에서 ‘2015 바다미술제 국·시비 보조금 집행 전반’에 대한 점검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본지가 입수한 지도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5바다미술제 폐막 이후 진행된 작품 기증 과정과 부산비엔날레 운영 전반에서 크게 5개 항목이 지적됐다.

	부산비엔날레 기증작 문제점을 보도한 본지 9월 20일 자 6면.

먼저 ‘기증 작품 선정 과정에서 사전 승인 절차 미이행 등 집행위원장 독단 운영’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부산비엔날레가 작품을 기증받으면 재산상 변동이 생겨 정관에 따라 임원회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기증받은 작품 중 한 점을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부산 해운대구 한 민간기업 사옥에 옮겨 설치하면서 임원회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것도 지적됐다.

부산비엔날레는 2015년 9월 19일~10월 18일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바다미술제를 연 뒤 출품작 34점 중 5점을 작가로부터 기증 형식으로 받았다. 기증작 선정은 협의나 승인 과정 없이 집행위원장 독단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기증작에 대한 ‘일관성 없는 작품 유지·보수비 및 제작비 지급 등 회계질서 문란’도 문제였다. 당시 부산비엔날레는 기증작의 작가인 고 손현욱 동아대 교수와 A작가에게 작품 유지·보수비 800만 원씩을, B작가에게 재료비 1억 원을 지급했다. 작품을 기증받은 기관이 유지·보수를 책임지는 미술계 관행과 달리 비엔날레 측은 작가에게 직접 유지보수비를 지급했고, ‘기증’이라는 말과 달리 B 작가에게 1억 원을 주고서도 이 금액을 산정한 어떤 기준도 없었다. 더욱이 손 교수에게 유지·보수비를 주고도, 비엔날레가 자체 예산을 들여 두 차례 보수를 한 점도 ‘회계 문란’에 해당했다.

손 교수의 유족은 지난달 비엔날레가 손 교수와 A작가에게 유지·보수비 총 1600만 원을 지급한 뒤 비엔날레 핵심 인사가 1400만 원을 되돌려 받았다며 고발했다. A작가는 경찰 조사에서 고발 내용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인사가 유지·보수비 대부분을 돌려받았기에 손 교수 유족에게 작품 보수를 요구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백정림 부산시 문화예술과장은 “시 감사관실에 비엔날레 업무 전반의 감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비엔날레 핵심 인사를 곧 소환할 계획이다.

박정민 김봉기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