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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예고편.txt <6> 남한산성

  • 국제신문
  • 신동욱 기자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9-29 18: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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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明)은 지고, 훗날 청나라가 된 후금(後金)은 부상하던 1630년대. 조선 조정은 명나라를 지원하자는 척화파와 청을 지지하는 주화파로 분열했다. 그냥 여의돈데? 당시 인조는 청을 배척하고 명나라를 계속 지원하는 정책 노선을 택했고, 중립 외교를 폈던 광해군을 내쳤다는 빌미로 침략 구실을 삼은 청(淸) 태종(홍타이지)은 12만 대군을 끌고 한양을 함락시켰다. 땅덩어리가 넓은 지역에서 말을 타고 놀던 민족이라 그런지 한양까지 신속하게 왔는데, 그새 인조는 남한산성에 들어갔다. 선택지는 결사항전과 항복, 단 두 가지뿐. 기록엔 성 내 식량이 다 떨어지자 신하들이 쥐를 잡아 올렸다고도 한다. 47일을 고민하던 인조는 끝내 청 태종에게 세 번 큰 절을 하고 아홉 번 땅에 머리를 박았다. 그 소리가 단상에 앉아있는 청 태종에게 들리도록. 수모의 절을 하고 항복의 예가 끝났을 때 인조 왕 이마는 피투성이였다.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 역사 시간엔 인조가 머리를 조아린 장소 이름을 따서 ‘삼전도의 굴욕’이라 가르친다. 섬 도(島)가 아니고 건널 도(渡)다. 서울과 광주를 잇는 나루터.

C#1. 47일의 기록, 157일의 촬영. 그리고 엑스트라

   
(사진 = 영화 ‘남한산성’ 예고편 캡처)


그래도 그땐 47일이었지, 이번엔 157일이다. 그 정도면 계절 한 번 바뀐다. 조금만 더 살았으면 징역이란 말이 나올 법하다. 이번엔 영화감독이 말하자면 청 태종이다. 황동혁 감독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우르르 남한산성 안으로 밀어 넣었다. 우스운 비유지만 심지어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남한산성에 반(半) 자발적으로 들어가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막상 고약한 추위에 직면한 스태프는 고민했을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감독과 한 판 뜰 것인가, 대의와 명분을 지키고 눈치껏 살아갈 것인가. 이내 인조가 느꼈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몸소 체감하고 더 진심을 다해 촬영에 임했으리라 생각한다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믿겠다.

제작기 영상을 보고 있으면 아직까지 영화 촬영장 스태프를 소개하지 않은 EBS ‘극한직업’ PD 안목이 의심스럽다. 스태프들이 카메라를 이고 진 채 눈 내린 산을 오르고, 산전수전 겪었을 법한 이병헌마저 “하루도 춥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 그런데 감독은 “추위를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고 하니.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지만 약이 바짝바짝 오른다.


   
(사진 = 영화 ‘남한산성’ 예고편 캡처)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조연이야 연기하는 보람에라도 버틴다지만 정말 대단한 사람들은 단역도 되지 못한 엑스트라 배우들이다. 겨울 되면 부산 금정산 꼭대기에도 찬바람이 쌩쌩하는데 하물며 ‘남한산성’ 촬영지가 강원도 평창이다. 연아느님이 홍보대사로 있는 그곳 맞다. 그곳에서 엑스트라들은 자신이 나올 장면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지 않을 때도 화살을 가슴에 꽂은 채 차가운 눈길 바닥 위에 누워있다. 엔딩 크레딧에 ‘장수 1’ ‘장수 2’ ‘백성 1’ 등으로 올라가는 이들이다. 그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영화 ‘넘버 3’에서 최민식을 올려다보지도 못했던 엑스트라 배우가 박성웅이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세월을 버티더니 ‘신세계’에선 양복을 쫙 빼입고 경찰 역 최민식더러 ‘짜바리’라던가. 꼭 주·조연급이 못 되더라도 영화 ‘남한산성’은 그들 입김이 모여 만든 설국이다. 모쪼록 파이팅, 건승을 빈다.

C#2. “삶이 먼저”라는 이병헌, “죽음도 아름답다”는 김윤석

“저들이 말하는 대의와 명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옵니까?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시옵소서. 삶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대의와 명분도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이병헌)

“전하, 지금 칸에게 문서를 보내시면 칸은 스스로를 황제라고 칭하고 전하를 칸의 신하로 칭하라 요구할 것이옵니다. 명길(이병헌)은 전하를 앞세우고 적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려는 자이옵니다. 죽음에도 아름다운 자리가 있을진대 하필 적의 아가리 속이겠습니까.”(김윤석)

   
영화 ‘남한산성’ 예고편 캡처


최명길 역을 맡은 이병헌 대사에는 호소력이 있다. 설령 그 말이 거짓말이라도 극중에서는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극중 김상헌을 연기한 김윤석은 이번에도 무심한 듯 낮고 빠르게 대사를 내뱉는다. 힘주어 말하지 않는데 대사가 꽉 찬 느낌을 주는 배우. 자로 반듯하게 잰 설득력이다. 대사 리딩 현장을 공개한 예고편만으로 이들이 만드는 팽팽한 긴장감이 핵심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공은 박희순에게 넘어갔다. 그가 어디로 공을 뿌리느냐에 따라 전개와 속도감이 달라진다.

“장수와 군병이.”

장수가 힘을 쫙 뺀 목에서 굵다란 목소리를 끌어올린다.

“장수와 군병이 나라를 위한 싸움에서 죽음을 각오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번엔 고수가 말을 가로챈다.

“어찌 천한 대장장이에게 맡기시옵니까.” 그에게 쏠린 시선이 부담스러운 불쌍한 백성이다.

“분명 저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을 것이옵니다.”

아뿔싸, 전방 압박이 너무 과했나. “나보다 나은 사람!”하며 높게 차올린 공 아래에 인조, 박해일이 있다. 그는 골을 결정지을 수 있을까.

“그럼 누가 답서를 쓰겠느냐, 두려우냐? 척화를 하자니 칸의 손에 죽을까 두렵고, 오랑캐에게 살려달라는 답서를 쓰자니 만고의 역적이 될까, 그것이 두려운 것이냐.”

생각해보니 2017년을 사는 배우들 연기가 남한산성만큼 견고한 건 사실이어도, 당시 남한산성은 티키타카라기 보다 피구에 가까웠다. 조정 신하들이 밖에서 폭탄 돌리기를 하면 안에 있는 백성들은 그 공을 피하느라 요리조리 참으로 분주했다. 참 어찌도 지금과 이리 똑같은지 한심스러울 정도로.

이병헌과 김윤석, 박해일은 두 시간 동안 서로 ‘니가 던지라’며 공을 돌릴 예정이다. 언제 누가 던졌는지도 모르는 공에 맞을지 모른다. 아무리 추석 연휴 가족 관객을 노린 영화라지만, 팝콘 먹던 손을 멈추고 분주하게 대사를 쫓아야 한다.

C#3. 의상, 색깔도 메시지다

메인 예고편을 보면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이병헌과 김윤석 대립 구도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의상이다. 함께 무릎을 꿇고 인조 역 박해일에게 읍소하는 장면을 보면, 왼쪽 김윤석은 흰색 의상을 입고 있다. 반면 오른쪽 이병헌은 검은 색이다. 사실 이렇게만 두고 보면 유치한 비유고 쉬운 연출이라고도 볼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검은 색 옷을 입은 이병헌이 마치 악마처럼 보일 수도 있다.

   
영화 ‘남한산성’ 예고편 캡처

그래서 감독은 일부러 의상색을 장면마다 달리 했다. 먼저 캐릭터 메이킹 영상 1편 속 김윤석을 보면, 어느 순간엔 옷이 검은 색이다. 눈까지 부릅뜨고 있으니 흡사 저승사자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곧장 이어지는 장면에선 다시 흰색 옷을 입고 있다. 황 감독은 옷 색깔을 교차해 인물을 입체적으로 묘사했다.

   
영화 ‘남한산성’ 예고편 캡처

이병헌도 마찬가지다. 예고편만 보면 대체로 검은색 옷을 입고 있기는 하나 간간이 흰 옷을 입고 있는 장면도 눈에 띈다.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리려 한 감독 의도는 “신은 이제 만인의 역적이옵니다”라는 이병헌 대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 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도 “상헌(김윤석)의 말은 지극히 의로우나”라며 상대 입장을 존중하는 자세에서도 드러난다. 의상은 그냥 의상이 아니다. 의상 색깔도, 메시지다. 이를 염두에 두고 보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본다. 러닝타임은 꽤 긴 ‘1시간 80분’. 내달 3일 개천절 개봉. 15세 관람가.

INSERT CUT. [개봉영화 예고편.txt]은…

수년 전부터 영화 예고편은 단순히 영화를 보고 싶도록 만든 영상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상용화 등 기술 발달이 기점이라는 분석이지만 영화 시장이 커지면서 생긴 다양한 수요자 욕구를 채우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보인다. 형태는 제각각이다. 코멘터리 예고편, 메인 예고편, 티저 예고편, 런칭 예고편, 캐릭터 예고편, 1차 메이킹 예고편, 2차 메인 예고편, 30초 예고편……. 크게 다를 것 없는 내용 속에서도 조금씩은 차이를 두고 있다. 그래서 예고편만 쭉 봐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꽤 많다. 국제신문 디지털뉴스팀에서는 공식 SNS,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1회 개봉예정작 예고편을 꼼꼼히 살핀 글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신동욱 기자 i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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