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근·이중섭 등과 더불어
-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 손꼽혀
- 가나아트부산 내달 15일까지

소박한 초가집 안에는 아버지 어머니 아기 세 식구가 도란도란 앉아 있고, 앞마당에는 강아지와 소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보기만 해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장욱진(1917~1990) 화백의 그림 속 풍경이다. 서양화 재료인 유화물감을 사용했지만, 평생을 한국적인 소재와 주제에 매진한 장 화백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부산에서도 열린다.

장욱진 화백이 가족과 자연을 그린 ‘무제’(1979년) 작품. 가나아트부산 제공

가나아트부산(부산 해운대구 중동)은 다음 달 15일까지 ‘장욱진 백년, 인사동 라인에 서다’ 전을 연다.

장 화백의 작품세계를 경기 덕소(1963~1975), 서울 명륜동(1975~1979), 충북 수안보(1980~1985), 경기 신갈(1986~1990) 등 네 시절로 나눠 유화 62점을 선보인다.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에서 열린 같은 전시를 부산에서도 여는 것이다. 서울에서 선보였던 먹그림과 도자는 아쉽게도 빠졌다.

1917년생인 장 화백은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 등과 함께 2세대 서양화가에 속한다. 1937년 조선일보사가 주최한 제2회 전조선 학생미술전람회에서 최고상을 받고, 1939년 동경제국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해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6·25전쟁 뒤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1954~1960)로 일했으나 창작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스스로 그만두고, 평생 자연과 더불어 살며 작품활동에 전념했다.

장 화백은 “나는 심플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실제로 까치, 가족, 새, 나무, 마을, 아이 등 소박하고 일상적인 소재로 순수함과 선함을 표현했다. 소박하고 단순한 절제미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정립했다. 마치 아이의 그림과도 같은 동화적인 화풍으로 지금도 대중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며 사랑받고 있다.

장욱진 화백의 ‘소와 돼지’(1977년)

장 화백 그림 속 가족과 자연은 자전적 이야기다. 지난 15일 부산 전시장에서 만난 장 화백의 장녀 장경수(72) 씨는 “아버지는 교수, 화백이라는 호칭보다 화가(畵家)로 불리길 좋아했다. 집 ‘가’ 자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가족과 제자들 외에 다른 사회적 교류가 거의 없었다. 작업을 하는 곳이자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인 집이 아버지에게 그만큼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장경수 씨는 “아버지의 그림 속에서 어머니로 묘사된 인물은 항상 당당하게 앞에 나와 있고, 아버지는 없거나 뒤에 서 있다. 실제로 아버지가 그림 그리는 동안 가족 생계는 어머니가 돌봤다. 아버지는 가장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이 있으셨다. 지금도 그런 가족도를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수안보 시절에 찍은 장욱진 화백의 사진.

장욱진 화백은 1951년 인천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피란해, 종군화가단에 들어갔다. 1953년 5월 부산 국립중앙박물관 화랑에서 열린 제3회 신사실파 동인전에 유화 5점을 출품하기도 했다. 건강이 좋지 않던 1986년 초 요양 삼아 부산 해운대에 내려와 유화 8점과 먹그림을 그렸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휴관일 없음. 관람료 3000원. (051)744-2020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