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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프로젝트 <65> 초량돼지갈비

살은 씹고, 갈빗대는 뜯어야 맛… 달달짭짤한 에너지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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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9-12 18:53:06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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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량 산복도로 인근 머물며
- 원조 물자 하역하던 노동자들
- 값싸고 영양 많은 돼지갈비와
- 반주로 퇴근길 피로 풀며 유래

- 갈비골목 20여곳 명맥 유지
- 불·재우는 법·양념 배합 제각각
- 마늘·생강 팍팍 넣어 잡내 적고
- 갈비짝 채 손질해 신선·살 두툼

- ‘부산 먹거리 투어’ 필수 코스
- 단맛 강해지는 추세 다소 아쉬워

경기도 포천의 ‘이동갈비’와 수원의 ‘왕갈비’, 서울의 ‘마포갈비’ 등과 더불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갈비가 부산에 존재한다. ‘초량갈비’로 불리기도 했던 ‘초량돼지갈비’가 그것이다. 비록 돼지갈비구이지만 그 명성은 소갈비구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갈비이자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각광받는 돼지갈비가 불판에서 익고 있다. 초량 산복도로에서 시작돼 ‘초량돼지갈비구이’란 이름이 더 익숙하다.
오죽하면 부산에서 ‘돼지갈비 좀 굽는다’고 소문난 집이면 으레 ‘초량돼지갈비’라는 간판을 자랑스레 붙여 놓았을까? 갈빗집 위치가 초량이 아니어도 좋다. 고기가 부드럽고 쫀득하면서,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을 제대로 내면 어디든 상관없이 ‘초량돼지갈비’집이 된다.

■귀한 손님에게 대접한 음식

   
원래 부산은 타 도시보다 돼지고기 관련 음식이 다양하게 잘 발달한 곳이다. 부산에 와야 제맛을 볼 수 있는 돼지국밥에서부터 돼지곱창, 돼지감자탕, 돼지족발, 돼지껍데기, 머리고기, 순대. 그리고 ‘냉채족발’이나 ‘대패삼겹살’처럼 부산에서 개발한 음식도 다수다.

돼지갈비 또한 오랜 세월 사랑받은 부산 음식 중 하나로, 한때 부산에서는 귀한 손님에게 돼지갈비구이에 소주 한 잔 올리는 것이 최고의 대접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예부터 돼지고기는 ‘발복(發福)의 음식’으로 인식되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돼지는 ‘다산(多産), 다재(多財), 다복(多福)’의 상징이므로, 귀한 손님 접대에 안성맞춤인 음식이기도 했을 터이다. 특히 ‘초량돼지갈비구이’는 갈빗살에 배여 있는 지방의 구수함과 근막 부위의 쫄깃쫄깃한 육질, 그리고 갈비뼈 속에 배어있는 풍미를 높은 화력의 직화로 제대로 구워내기에 그 맛 또한 월등하기도 했었다.

‘초량돼지갈비’의 유래는 한국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이 끝난 이후 몇 년간 우리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우방들에게 다양한 물자를 원조받았는데, 이 모두가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게 된다. 그 때문에 이 물자를 부리는 부두 노무자들은 당시 꽤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매력 있는 직업이었다. 이들의 생활 근거는 대부분 초량 산복도로 인근이었기에 현재의 초량시장 근처에는 이들을 상대로 술추렴과 요기를 할 수 있는 식당들이 생겨난다.
부두 하역이 워낙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노동이었기에, 그들에게는 저렴하면서도 영양이 듬뿍 담긴 음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1960년대 들어 이곳 몇몇 식당들이 주위 도축장에서 도축하고 남은 돼지부산물 등을 연탄불에 구워 팔았는데, 이것이 초량돼지갈비 골목의 시초이다.

   
부산고등학교로 오르는 복개도로 초량상가아파트 옆 골목에 형성되어 있는 초량돼지갈비 골목에는 30~50년 된 돼지갈비식당을 포함해 20여 집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모두들 초량돼지갈비골목에 대한 자부심들이 대단하다. 당시에는 연탄불에 갈비를 구워 은근한 고기 맛에 불 맛까지 더해 맛의 흥취가 좋았지만, 지금은 가게에 따라 가스나 숯불을 사용한다. 대신 갈비를 재우는 방법이나 양념 배합의 비법이 제각각이어서, 집마다 갈비 맛 또한 달라 흥미진진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초량돼지갈비의 특징은 우선 고기의 신선도에 있다. 거의가 그날 소비될 고기를 갈비짝 채 주문하여 그날 소비하기에 그렇다. 그리고 가게마다 각각의 조리법으로 갈비를 직접 재우고 숙성시켜, 가장 맛있는 상태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도 남다르다. 초량돼지갈비의 특징 중 또 하나는 집마다 갈비를 재우는 양념의 재료나 숙성도 등은 제각각이지만, 가게마다 마늘과 생강 등 자연 향신료를 푸짐하게 배합함으로써 여느 지역보다 고기 특유의 냄새가 적고 풍미가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초량돼지갈비는 고기의 두께가 다른 곳에 비해 두툼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두툼해야 육즙이 풍부하고 씹는 식감도 좋아진다. 그리고 육즙이 풍부해야 신선하고 고소한 맛도 도는 법이다. 예로부터 ‘고기는 씹는 맛’이라 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입안 가득 풍성하게 씹혀야만 ‘고기 씹는 맛’이 기꺼운 것이다. 요즘에는 갈비 부위 외에도 돼지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함께 재워 맛있게 구워내는데, 그래서인지 부위 별로 한 점씩 집어 먹을 때마다 각각의 다른 식감과 맛으로 ‘먹는 재미’가 흔쾌하기도 하다.

■‘고기 씹는 맛’과 ‘먹는 재미’ 가득

골목 안쪽 소문난 돼지갈비 식당에 자리를 잡는다. 두툼하게 썰어낸 돼지갈비가 한 접시 상 위에 오른다. 치지직. 불판에서 갈비가 특유의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를 내며 익어간다. 갈비구이는 처음에는 강한 불에 구운 후, 약한 불에서 서서히 속까지 익도록 구워야 맛있는 법. 적당하게 익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다. 씹을 때마다 육즙이 한 입 가득이다. 온 입으로 구수함이 진동을 한다.

깻잎에 돼지갈비를 두어 점 얹고, 마늘과 땡초를 올려 쌈을 싸 먹는다. 마늘의 향긋하고 개운함과 땡초의 알싸함이, 돼지갈비의 고소한 육즙과 어울리며 맛있는 조화를 이룬다. 더불어 깻잎의 풋내가 뒤를 받쳐주며 개운함으로 마무리가 된다.

한참을 먹다 고기가 질릴 때쯤 파 겉절이와 함께 고기를 얹어먹는다. 파 특유의 상쾌함이 고기의 달콤함과 너무 잘 어울린다. 잘 익은 백김치에 싸 먹기도 하고, 다양한 장아찌와도 함께 먹는다. 입안의 기름진 식감이 기분 좋게 가신다. 고기를 다 먹고 나서는 갈비양념에 밥 한술 비벼 먹어도 좋을 듯하다.

   
1980~90년대까지 부산 최고의 음식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소득수준 향상과 외식문화 다변화로 인해 쇠퇴의 길을 걸었던 초량돼지갈비. 그러나 ‘먹방 시대’를 맞아 부산 대표 음식으로 다시 소개되면서,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가족들이 즐겨 찾는 외식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부산 먹거리 투어’의 필수 코스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외부 관광객들과 젊은 취향의 입맛에 따르려는지 단맛이 강해지는 불편함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부산의 역사와 함께해온 ‘초량돼지갈비의 재조명’은 환영받아야 할 일일 터이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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