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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서 <2> 사천 다솔사

만해가 머문 천년고찰… 이곳에서 독립선언문이 태어났다

  • 국제신문
  •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  |  입력 : 2017-09-12 18:41:4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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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운동의 주요 근거지이자
- 4년여 몸을 의탁한 김동리에게
- 소설 ‘등신불’의 영감을 준 사찰
- 한국 차 문화의 발상지이기도

경남 사천시 곤명면 용산리 봉명산 자락에는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꼽히는 다솔사(多率寺)가 자리하고 있다.

   
봉명산을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는 천년고찰 다솔사 전경. 앞쪽의 큰 건물이 대양루이며 중앙이 적멸보궁으로 그 주변에는 지금도 야생녹차가 병풍처럼 자리하고 있다.
신라 지증왕 4년(503) 인도의 승려 연기조사가 창건해 ‘영악사’라 불리다가 선덕여왕 5년(636)에 이르러 지금의 다솔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후 의상대사 때 영봉사로 고쳤다가, 도선국사가 다시 다솔사로 바꿔 불렀다. 임진왜란 때는 완전히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가 숙종 6년(1680)에 복원된 뒤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 그야말로 천년고찰이다. 지금은 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범어사의 말사다.

다솔사는 오래된 사찰의 내력도 내력이거니와 듣기 좋고, 소리내기 좋은 ‘다솔’이라는 예쁜 이름 때문에 쉽게 기억된다. 한글 이름으로만 듣는다면 소나무가 많은 곳으로 짐작되지만 정작 한자로는 ‘많이 거느린다’는 뜻이다. 이 절의 주산이 마치 대장군이 앉아 있는 듯해 붙여졌다고도 한다.

주차장에서 계단을 올라 산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양루를 만난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83호로 1749년 조선 영조 25년에 건립된 이 누각은 정면 5칸에 측면 4칸, 건물 길이 13m에 이르는 2층 건물로 아래층은 창고로 사용됐지만 위층은 승려교육이나 법회, 강연장 등으로 활용됐다. 해방 전에는 민족 교육도장으로 쓰였고 좌우익으로 혼탁했던 해방 후에는 청년교육장이 되기도 했다. 6·25전쟁 때는 서울에서 피란 온 동흥중학교가 4년간 교실로 활용하기도 했다.

불자들에게는 순례지요 신도들에게는 기도 도량으로도 신성시되는 다솔사는 108과의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사찰로 유명하다. 1978년에 대웅전 삼존불상에 금칠을 하는 개금불사를 하다 후불탱화 속에서 사리가 발견되자 대웅전을 적멸보궁으로 바꿨다. 적멸보궁을 중앙으로 응진전과 극락전, 명부전 등의 전각과 선당, 승당 등 10여 채의 크고 작은 건물이 있다. 일주문과 천왕문은 아직 복원되지 않고 있지만 보안암 석굴 등 경상남도 지방유형문화재 4점을 보유하고 있다. 다솔사의 전각 가운데 일반인의 눈길을 가장 끄는 건물은 안심료(安心療)다.

■독립운동의 본거지

   
만해 한용운 선생과 소설가 김동리 선생이 거처했던 안심료 모습. 이완용 기자
안심료는 항일 승려이자 기미독립선언문을 기초한 만해 한용운 선생과 야학에서 교사로 일한 소설 ‘등신불’의 작가 김동리 선생이 묵었던 곳이다. 안심료 앞에는 만해 선생의 회갑연을 기념하는 황금공작 편백나무 세 그루를 심었는데 지금은 아름드리가 됐다.
다솔사는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의 근거지였다. 1933년 한용운과 최범술, 김범부, 김법린 등의 독립지사는 만당을 결성하고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해 본부를 서울에서 다솔사로 옮겼다. 또 독립운동자금 조달기관 역할을 한 백산상회의 연락처도 이곳이었고 만해 한용운이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한 곳도 여기다.

■김동리와 광명학원

소설가 김동리 선생도 1936년부터 1940년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다솔사에서 2㎞가량 떨어진 원전마을의 야학에서 교사로 있으면서 농촌 계몽운동을 펼쳤다. ‘등신불’이나 ‘황토기’ 등의 대표작도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1936년 처음으로 소설 ‘화랑의 후예’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던 김동리는 조용한 곳에서 차분히 글을 써보겠다며 다솔사로 내려왔다. 이듬해 해인사로 옮겨 소설 ‘산화’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도 당선됐지만 원고청탁이 늘어나지 않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듬해에 다시 다솔사로 와 야학인 광명학원의 교사가 됐다. 낮에는 50여 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밤에는 20여 명의 젊은이를 상대로 한글과 가감승제(산수) 등을 가르쳤다.

■차의 성지

   
안심료 쪽에서 본 다솔사 경내. 오른쪽이 적멸보궁이고 왼쪽 작은 건물은 선방이다.
다솔사는 우리나라 차 문화의 발원지다. 다솔사를 창건한 연기조사나 의상대사, 도선국사 등이 모두 이름난 차승(茶僧)들로 알려져서인지 주변에 차나무가 유난히 많다.

주지를 맡은 효당은 1960년대부터 차밭을 조성하고 원효사상과 다도 연구에 전념했다. 지금도 적멸보궁 뒤편 3만3000㎡가량의 야산에는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다솔사에서는 지난 5월 이곳이 한국 현대 차 문화의 발원지임을 알리고, 이에 걸맞은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다솔사 차 축제’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차 문화 도량을 조성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또 모두 150여억 원이 투입되는 종합정비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사찰의 가람을 복원하거나 새로 조성하고 선원과 편의시설을 지어 수행과 포교라는 본래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해와 동리가 묵었던 안심료를 일반인의 체험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다도회를 통한 전통차 보급과 차문화 확산에도 불을 지핀다는 구상이다.

배시남 사천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우리나라 불교의 시작이고 차의 성지이며 독립운동의 근거지였던 다솔사가 도량으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해왔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며 “이제부터라도 수행과 포교라는 본연의 역할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의 성사여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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