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 소울아트스페이스
- 국내 갤러리로는 첫 사진전

- ‘눈’ 시리즈 사진 37점 전시
- 유작·다큐영화 2편도 상영

“아버지 고(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평소, 첫 번째 열정은 (영화가 아니라) 사진이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사진을 찍는 중간중간 영화를 만드셨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Snow No.39’. 소울 아트 스페이스 제공

지난해 작고한 세계적인 영화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1940~2016·사진) 감독의 사진전이 그와 인연이 깊은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도시, 부산에서 개최된다. 제22회 BIFF 기간(10월 12일~21일)에도 계속돼 팬들이 영화가 아닌 사진으로 그리움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울 아트 스페이스’(부산 해운대구 우동)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사진전 ‘키아로스타미와의 눈 속으로의 산책(Kiarostami’s Snow Series)’을 8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키아로스타미의 사진전이 국내 갤러리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40년 넘게 사진 작업을 한 키아로스타미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PS1), 런던 빅토리아&알버트박물관, 토론토 아가칸 박물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한 유명 사진가다.

부산 전시에서는 ‘눈’(snow) 시리즈 사진 작품 37점을 선보인다. 그의 미니멀리즘적 영화 스타일을 압축한 듯 절제와 함축이 돋보인다. 모든 사진에 나타나는 ‘눈’은 인간이 임의로 만든 철조망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옹기종기 선 나무와도 친숙하게 어울린다. 하늘을 나는 새 무리와 웅장한 산이 어우러진 이란의 광활한 자연 풍경도 장관이다. 그는 생전 자신을 알고, 자신의 가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의 사진 작업은 도시의 무질서에서 벗어나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치유의 한 방식이었다.

	‘Snow No.8’.

사진 작품과 함께 유작 영화 ‘집으로 데려가 주오’(Take me home, 2016)와 가까운 친구였던 세이폴라 사마디안 감독이 키아로스타미의 일상과 생각, 삶과 철학을 담은 다큐멘터리 ‘키아로스타미와 함께한 76분 15초’(2016)도 상영된다. 다큐에는 그가 직접 운전하며 자연 속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잘 담겼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부산의 중형 갤러리가 거장 사진전을 유치한 과정이 흥미롭다. 김선영 대표는 3편의 독립영화를 연출한 영화감독이면서 키아로스타미의 ‘광팬’. 역대 BIFF에서 상영한 그의 모든 작품을 관람했다. 지난해 7월 4일 76세를 일기로 타계한 그를 추모하기 위해 석 달 후 BIFF에서 ‘키아로스타미와 함께한 76분 15초’를 상영했다. 그때 영화를 본 김 대표가 영화관에 있던 아들 아흐마드 키아로스타미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다. “아버지를 정말 좋아하는 팬이라 소개하고 부산에서 사진전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이메일로 더 이야기해보자 하더군요. 몇 주 뒤 개인 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갔다가 인근에 사는 아흐마드를 다시 만나 승낙을 받았어요.”

아흐마드는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생전 부산, 한국과 매우 친밀했다. 중요한 단편 ‘키아로스타미의 길’을 한국과 협력해 만들었고, BIFF에 여러 번 참석했다. 지난해 (타계한 후) BIFF가 수여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대리 수상하러 내가 부산을 방문했다. 한국 관객에게 아버지의 사진 작품 소개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전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1997년 ‘체리향기’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1999년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특별상을 받은 거장이다.

김 대표는 “작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키아로스타미를 좋아하는 누구나 편하게 관람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일·월요일, 추석연휴 휴관. (051)731-5878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