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여곡절 겪어 안타까운 비프
- 남녀노소의 부산시민과
- 자원봉사자, 비프 팬들의
- 신뢰와 관심 잃기 전에
- 행사 당사자와 관계자들
- 성공적 개최에 역량 집중해야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있게 한, 조건 없는 사랑을 준 평범한 시민의 눈과 마음으로 생각하고자 노력해 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영화의전당(해운대구 우동)에서 열려 화려한 불빛과 국내외 영화 게스트, 관객들이 개막을 축하하고 있다. 국제신문DB

BIFF를 둘러싸고 많은 논의와 다양한 노력이 지금 이뤄지고 있다. 당사자와 관계자 사이에 민감하고 첨예한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상황은 복잡해 보인다. 그런 가운데도 명확한 것이 있다. 해마다 열려야 하는 ‘행사로서’ BIFF가 올해는 만만찮은 어려움에 부딪혀 있다는 것. 이것이 첫째다. 해마다 열려야 하는 행사로서 BIFF가 올해 잘 열리는 것이 무척 중요하며, 잘 열려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다.

BIFF가 열리면, 자원봉사자가 되어 환한 얼굴로 세계 곳곳 전국 각지 부산 전역에서 오는 손님을 맞이하던 남녀노소 부산 시민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들은 BIFF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부산 시민들 가운데 현장에 매우 가까이 있는 분들일 뿐, 자원봉사를 하지 않는 다른 시민도 마음이 다를 게 없다. BIFF에 관한 이야기는 근사한 자리에서 만난 ‘높은 사람’ 또는 문화계 인사들에게서 들을 때도 많지만, 부산 어느 구석진 동네 평상 위에서 어르신들이 “요새 시내에서 피파(어르신 가운데 BIFF를 이렇게 발음하는 분이 꽤 있다) 한다 카대”라며 담소 나누는 것을 듣기도 한다. 그때 드는 생각이 ‘많은 부산 사람의 삶의 감각 속에 BIFF는 좋은 것 또는 우리의 것으로 들어와 있구나’ 하는 것이다.

BIFF를 위해 사랑을 주고 세금이 쓰일 수 있도록 한 시민들에게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어도 행사로서 BIFF만큼은 끄떡없이 열린다’는 걸 보여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우여곡절이 BIFF의 발전을 위한 과정이고 노력이고 진통임을 알리는 길이다. 물론, 여기서 우여곡절이란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타계, ‘BIFF 정상화’를 둘러싼 의견과 행동, BIFF 사무국 직원들의 성명서 발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올해 BIFF 이후 사퇴 표명 등 일련의 일을 뜻한다.

이런 우여곡절이 ‘우리 옥동자 BIFF’가 잘 되어가는 과정이기를 바라는 것이 시민의 마음일 테고, 그런 바람을 이루는 길은 모두 힘을 모아 어려움에 처한 올해 BIFF를 상처 없이 잘 치르는 데 있다. 이것은 신뢰의 문제이다. 행여 시민의 신뢰를 못 받으면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다. 남은 논의와 ‘정상화’ 등에 관한 노력은 올해 영화제를 잘 치르고 난 뒤 이어가면 된다.

거대한 예산을 쓰는 거대한 영화에만 관객과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는 요즘 국내 영화계 상황을 보면서 BIFF처럼 다양성과 자유와 새로움과 진정함을 생명으로 여기는 영화제에 대한 수도권 중심 영화계의 관심과 참여가 줄지 않을까 걱정이 되곤 한다. BIFF를 일생의 중요한 플랫폼으로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을 아시아의 많은 영화인과 한국 영화판의 도전자들도 떠오른다. 이들의 심정은 4년을 기다리는 올림픽 선수와 비슷할 것이다. 이들 또한 올해 BIFF가 잘 열려야 할 이유다.

이럴 때 ‘여차하면 BIFF도 훅 날아가는 거 아니에요?’ 하고 조금은 장난스럽게 묻고 싶은 분이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이다. “지난 5월 돌아가신 뒤로 그가 BIFF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며 남긴 미담이 캐도 캐도 계속 나온다”는 말이 요즘도 이어지고 있다. 그에게 물어볼 수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