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
- 히잡 쓰고 비키니 착용 등 논란
- 무슬림 부산서 방영중단 시위
- “현지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
- 중동 동남아 교류 악영향 우려
- 다양한 종교 존중과 배려 절실”

“이제 우리나라 드라마의 소비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를 가진 전 세계인이라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이슬람교 김성수 부산지회장이 부산 금정구 이슬람 성원에서 이슬람 신자들이 소중히 여기는 예의와 수칙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현재 방영 중인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가 이슬람교 희화화·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이 드라마 속 주인공(최민수)은 한국인이지만, 중동의 가상 국가에서 엄청난 부를 일구고 백작이 된 인물. 이를 코믹하게 묘사한 초반 장면과 드라마 포스터가 국내외 이슬람 신자들의 반발을 샀다. “드라마 방영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재단법인 한국이슬람교 부산지회 김성수(52·동의대 전자공학과 교수) 지회장을 만나 무슬림들이 ‘죽어야 사는 남자’에 왜 반발하는지, 그 이유를 들어봤다.

김 지회장을 만난 장소는 부산 금정구 남산동 주택가에 있는 한국이슬람교 부산성원이었다. 이곳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이슬람 예배소다. 2012년 기도실 내부를 이슬람 문양으로 장식해, 우리나라에서 화려하고 경건하기로 소문난 예배소이다. 영남 지역 50여 개 예배소를 관장하는 한국이슬람교 부산지회 사무소가 여기 있다.

김 지회장이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의 문제를 알게 된 건 지난달 22, 23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이슬람대회에 참석했을 때였다. “한국에서 온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현지에서 큰 환대를 받았어요. 특별히 연설 기회도 주셨죠. 수시로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을 받았어요. 현지 무슬림들에게 우리나라 대중가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아주 인기가 높아요. 그래서 한국인에게 무척 호의적입니다. 한 현지 무슬림이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SNS에 올라온 ‘죽어야 사는 남자’에 대한 비판 글을 보여줬어요. 한국이 왜 이런 드라마를 만들었는지 제게 물었죠. 그때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 포스터. 주인공(가운데 앉은 이)이 꾸란 앞에 발을 올린 설정이 문제가 됐다.

이슬람 신자들의 공분을 산 장면은 크게 셋이다. 먼저 드라마 포스터에서 남자 주인공이 꾸란을 펼쳐놓고 그 앞에서 다리를 올리고 있는 장면이다.

김 지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무슬림은 꾸란을 아주 소중히 여깁니다. 하느님 말씀을 그대로 글로 옮긴 책이기 때문이죠. 꾸란에는 기대지도 않고, 밑줄을 긋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다른 언어로 번역도 하지 않아요. 책장에 꽂을 때에도 가장 아랫단에 놓지 않거나, 책장을 지면에서 띄운 뒤 놓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보관합니다.”

무슬림 복장을 한 남자 주인공이 와인을 마시는 장면과 히잡을 쓴 여성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장면도 문제가 됐다. 이슬람 신자는 술을 마시지 않고, 무슬림 여성이 종교적인 복식인 히잡을 쓰고 동시에 비키니를 입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달 드라마 방영이 시작되자 즉각 국내에 거주하는 무슬림들 사이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부산 동래구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이슬람대회’에서는 인도네시아 무슬림 2000여 명이 모여 드라마 방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4일에도 부산성원에서 금요예배를 마친 무슬림들이 피켓 시위를 펼쳤다. 조용한 무슬림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건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다.

김 지회장은 “우리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동남아와 중동 이슬람 신자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다면 경제 교류 등 여러 면에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대중문화 인기가 높은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인구만 해도 2억 명이 넘는다. “태어날 때부터 할랄(신이 허락한 것)과 하람(신이 허락하지 않은 것)이 정해진 무슬림에게 대중문화니까, 픽션이니까 이해해달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죠. 중동과 동남아 이슬람 사회와 교류가 늘고 있습니다. 이슬람은 평온과 배려를 중시하는 종교이지요.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배려하는 태도가 절실합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