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현대문학 /1만7800원

- 온다 리쿠, 취재 11년·집필 7년
- 피아노 유망주 4명 성장이야기
- 마치 객석서 연주회 보는듯 생생

# 부테스-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1만2000원

-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
- 그리스 신화 세이렌 소재로
- 음악의 본질·욕망 탐구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그린 ‘세이렌’ (1900년) 소더비 컬렉션 소장.

음악을 글로 옮기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음악을 읽는 행위는 오감을 모두 여는 것이다. 그래야 그 굉장한 묘미에 닿을 수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두 외국 작가가 음악을 문학으로 승화했다. 일본 문단 인기 작가 온다 리쿠와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가 그 주인공이다. 두 작가는 음악을 소재로 한 빼어난 소설과 에세이를 내놓았다.

꿀벌과 천둥은 25년간 작품 60여 편을 발표해온 온다 리쿠가 12년간 구상하고 11년간 취재해 7년간 집필한 장편소설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2003년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18세 소년 라파우 블레하츠를 보고 소설을 구상했다. 소설을 위해 온다 리쿠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네 번의 피아노 대회를 참관했는데 그중 2009년 우승자는 ‘21세 쇼팽’ 조성진이었다. 긴 시간 자료를 모으고 직접 접한 무대와 객석, 연주를 글로 탄생시킨 작품인 만큼 소설에는 음악을 듣는 듯한 생생한 표현이 가득하다. 문단 없이 짧은 문장으로 표현된 것도 쉼표마저 음악인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무엇보다 국적도 다른 클래식 음악계 유망주들이 음악으로 교감하며 프로 음악가로 발돋움하는 과정은 ‘읽는 음악’의 감동을 배로 만든다. 천재 소녀라 불렸지만 어머니를 잃고 무대를 떠났던 에이덴 아야, 유력 우승 후보로 꼽히는 줄리아드 음악원의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 가족을 위해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었던 다카시마 아카시 등은 3년마다 열리는 ‘요시가에 피아노 콩쿠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음악을 세상에 전하려 분투한다.

온다 리쿠가 음악과 성장을 그렸다면 파스칼 키냐르는 부테스에서 음악의 본질을 탐구한다. 부테스는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매료된 선원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는다는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배의 선원 50여 명 중에는 그리스 영웅 율리시스와 오르페우스가 있었는데, 율리시스는 밧줄로 손발을 묶고 오르페우스는 키타라 연주로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덮어 선원들을 구해낸다. 하지만 부테스는 달랐다. 그는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쫓아 바다로 뛰어들었다.

키냐르는 부테스를 죽음으로 이끈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파멸의 음악’, 선원을 구한 오르페우스의 음악을 ‘구원의 음악’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키냐르는 우리를 감동시키는 건 오르페우스 음악이 아닌 ‘물로 뛰어드는 욕망’을 갖게 만드는 세이렌의 것이라고 말하며 그 욕망에 주목한다.

“음악은 사고(思考)가 두려움을 느끼는 곳에서 사고한다. 음악에 앞서 여기 있는 음악, ‘길을 잃을’ 줄 아는 음악은 고통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파멸’에 노련한 음악은 이미지나 명제로 스스로를 보호할 필요도, 환영이나 몽상으로 자신을 기만할 필요도 없다.”(21쪽)

책은 음악을 듣고 기꺼이 눈물 흘리고, 소용돌이치는 위험을 피하지 않는 본성과 본질에 주목한 헌사다. 17세기부터 대대로 오르간 연주자인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키냐르는 오르간 연주자가 되지 않은 부채감 속에서 음악에 관한 책을 써왔는데 그는 ‘부테스’가 그 중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다. “슬픔의 세계 끝까지 갈 용기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음악이다”(22쪽)라고 키냐르는 썼다.

최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