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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문화현장 <33> 다시 뭉친 부산 연극계 세 남자 심문섭 양지웅 오치운

‘동녘’ 창단 멤버 세 친구… 끼에 관록 보태 새로운 ‘판’ 만든다

  • 국제신문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17-08-03 19:23:2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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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부산 연극계 기대주로 꼽혔던 세 남자 심문섭 양지웅 오치운. 경성대 연극영화학과 93학번 동기인 이들은 주목받던 연출가와 배우였고 끼 넘치는 ‘연극쟁이’로 통했다. 1998년 경성대 동문들과 함께 극단 동녘을 창단해, 파격적 형식을 선보이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젊은 극단으로 자리매김했고 배우 조진웅, 개그우먼 김현숙 등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러다 부산에서 하는 활동과 서로의 만남이 뜸해진 게 약 10년 전이다.
   
부산 연극계의 기대주로 함께 극단 ‘동녘’을 만든 뒤 각각 다양한 경험을 쌓고 10년만에 다시 모인 3명의 연극인들이 유쾌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심문섭, 양지웅, 오치운.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현실적 이유로, 결핍을 채우러, 넓은 무대를 경험하고 싶어서. 서울에서, 또는 지역을 지키며 깨지고 부딪히다 훌쩍 성장한 세 남자가 최근 연극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로 부산에서 다시 의기투합했다(본지 지난 6월 29일 자 23면 보도). 그간 겪은 산전수전을 무기로 ‘사고 한번 쳐보겠다’는 계획이다.


◇ 동녘 이후 10년, 길을 모색하다

   
오치운=2008년이었나, 극단 동녘에서 나왔다. 1998년 지웅, 문섭과 함께 창단 멤버로 시작해 적을 두고 10년간 활동했다. 이후 서울로 갔다. 계속해서 부산에서 작업하는 것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현실적인 부분이 컸다. 연극을 하며 가졌던 꿈은 ‘연출해서 먹고 살자’는 것이었다. 부산에서 불가능할 것 같았다. 뮤지컬을 연출해서 돈을 벌자고 결심했는데, 정작 서울에서 뮤지컬만 빼고 모든 장르를 다 했다. 어린이뮤지컬, 넌버벌 공연, 축제 연출 등 다양하게 했다. 해도 해도 가난했다. 뮤지컬 쪽도 다르지 않았다. 상위 몇 퍼센트만 돈을 버는 시스템이었다. 결국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 싶었다.

심문섭=나도 2007년 동녘을 나와 서울로 갔다. 동녘에선 연출을 했지만, 서울에선 주로 제작을 담당하는 프로덕션에 있었다. ‘뽀로로 요술램프’ ‘페인터즈 히어로’ ‘펜타토닉’ ‘비밥’ 등 숱한 공연 제작에 참여했는데 망한 것도 많다. 그러다 지난해 필리핀 활동 기회가 생겨 건너갔는데,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겨 모두 정리하고 치료를 위해 부산에 왔다. 현재 건강은 회복된 상태이고, 지난 3월 부산에서 프로덕션 ‘예술은 공유다’를 설립했다. 근거지는 부산이 되었지만, 무대는 전국이 될 것이다.

양지웅=나는 좀 일찍 동녘을 나와 2002년 극단 미지시어터를 창단했다. 내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연극은 로컬’이라 생각해 부산에서 버텼다. 나는 배우 출신으로 초반엔 배우 워크숍 위주로 극단을 꾸리다 주혜자 연출가의 제안으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각색해 처음 연출에 도전했다. 지원금을 받지 않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투지가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1년에 작품을 한 편씩 만들었다. 연출과 연기를 병행했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 그러다 어느새 중견, 선배가 되어버렸다. 달라진 게 있다면

양=중견이란 말은 낯설다. 예전엔 연기와 연출을 더 잘하려고 했다면, 뭐랄까, 지금은 지속 가능한 판을 만드는 것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 작업을 해오다 보니 점점 ‘판’에 대한 관심이 생기더라. 부산의 연극판을, 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 ‘내일의 걸작’ ‘나소페스티벌’ 등의 기획은 그 고민의 산물이었다.

심=어쩌다 선배가 되어버렸다. 예전보다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가 어릴 때, 선배들을 보면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들이 연극하고 공연을 끌어왔던 삶이 쉽지 않은 것을 안다. 그 자체만으로도 존경했지만, 동시에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데서 실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느새 그 자리에 있다. 지금 후배들에게 우리가 그런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싫어했던 모습을 답습하지 않으려고 다지기도 하고, 후배들이 더 나은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해 길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오=책임감 있게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체계와 시스템, 관계, 터부를 극복하고 자기 색깔을 나타내야 하는 건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이 필요하다. 관객과 만남도 내겐 주요 관심사다. 동녘 시절, 예술을 지향하며 더 나은 창작을 위한 교육과 고민이 계속됐지만 그 다음 단계가 없었다. 내가 만든 예술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리라는 믿음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바뀌는 게 없었다. 일단 많은 관객을 만나고, 그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봤다. 나의 한계인지, 환경의 한계인지 부산에서는 힘들었다. 관객을 만나기 위한 시스템이 구축된 서울로 간 것은 그 때문이지만 거기도 똑같다는 걸 알았다. 친구들과의 의기투합은 그래서 더 기대된다. 믿음을 바탕으로 지향을 공유하며 나아갈 수 있다.
◇ 펼치고 싶은 것은

양=이제 좀 알 것 같고, 잘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 약 25년 동안 부산에서 연극을 해 오면서 염증도 느끼고 지쳤다. 재미도 없고, 회의감도 들던 차에 다시 세 친구가 만난 것이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니, 재미를 느낀다. 환기가 많이 된다. 지금은 PD인 문섭이를 중심으로 판이 깔리고 있다.(웃음)

심=그간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상품으로서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다. 구상 중인 작품은 너무도 많다. 부산, 광주, 서울 등 각 지역에 특화된 문화상품을 생각하고 있다. 요즘 하고 있는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와 40계단에서 15분간 진행한 ‘모던타임즈’는 그 신호탄이다. ‘우리엄마’의 포스터에는 공연기간을 10년으로 명시했다. 매주 월요일 상설공연으로 ‘매주 월요일 부산 중앙동에 가면 재밌는 공연이 있더라’의 정착이 목표다. ‘모던타임즈’는 정해진 시간이면 배우들이 1900년대 복장을 하고 타임슬립을 하는 것이다. 또 있다. 야심차게 준비하는 소극장 오페라이다. ‘오페라 샤워’로 명명했다. 작은 공간에서 오페라로 흠뻑 샤워하라는 뜻이다. 음악은 좋았지만, 전개는 다소 지루했던 오페라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재밌게 만들었다. 첫 작품은 ‘라트라비아타’이다. 9월부터 연말까지 93회 이어간다. 연습이 한창이다.

오=관객과 더욱 잘 만나는 연극 연출을 고민하고 있다. 연극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는 물론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연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 셋의 성향은 정말 제각각이다. 그 다름이, 시간을 지나며 시너지를 내는 합으로 무르익었다. 문섭의 제작 능력과 네트워킹, 지웅의 지역 인프라 등은 필요할 때마다 적재적소에서 힘을 발휘한다. 사실 셋이 함께 작품을 해 본 적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금부터 셋이 본격적으로 함께 할 작업에 기대가 크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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