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지 20년,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파고를 넘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친다. 여러 악재에도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은 더디지만 꾸준히 성장했고, 국내총생산(GDP, 2017년 기준 1조4981억 달러)도 계속 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살기 어렵다고 한다. 왜 그럴까.

한국경제, “경로를 재탐색합니다”의 저자 고려대 김태일(행정학과) 교수는 4가지 이유를 꼽는다. 경제성장률이 과거보다 낮아져 개인마다 소득 증감 상황이 달라졌고, 소득 분배가 예전보다 불평등해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됐으며, 버는 돈이 같아도 예전보다 쓸 데는 많아졌고,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져 삶의 불안 요소가 늘어난 것이다. 즉, 저성장과 불평등 심화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삶이 팍팍해진 것이다.

저자는 이 네 가지를 자세히 분석하는 데 집중한다.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해결 방법을 찾을 것이고,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림길에 선 한국경제가 길을 찾도록 경로를 재탐색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고 싶은 바람도 담겼다.

김 교수는 책에서 1970~90년대 급성장한 한국 경제의 구조와 저성장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 짚는다. 또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에 불어닥친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살피고, 한국경제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도 제언한다.

공공경제학과 복지정책 전문가이면서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 ‘좋은예산센터’ 등에 참여하는 시민운동가인 저자는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 등의 이전 저서와 같은 맥락으로 시민이 한국경제의 구조와 문제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시민의 이해와 행동, 그것이 한국경제의 방향 전환에 큰 디딤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