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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13> 학계·예술계, 후속세대 아껴라

미래세대만 잘 챙겨도 미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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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7-17 19:47:5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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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국립대 연구비 횡령 적발
- 무용과 교수 갑질 논란·폐과 등
- 학생들 기회 뺏는 사례 잇따라
- 예술가 넘어 교육자 역할 필요

검색창에 ‘제자 인건비’라고 치니, 가슴이 미어지는 기사들이 주루룩 뜬다. 제자 인건비 횡령, 제자 인건비 꿀꺽….

   
지난달 30일 예술가의 자전적 고백 시리즈 ‘춤과 나’를 공연 중인 춤 예술인 김옥련. 그는 이 작품에서 “인간에게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액터스소극장 제공
국립대와 사립대 교수들이 공적 지원금을 받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여기에 참여한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에게 돌아가야 할 인건비(연구비)를 빼돌려 가로챘다는 것이 공통된 내용이다. 최근에는 부산의 국립대 교수 1명이 대학원생 2명, 학부생 10명에게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받은 인건비 4100만 원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불구속 입건(본지 지난 3일 자 8면 보도)됐다. 지난 4월에는 인천의 국립대 교수 6명이 산학협력 연구를 하면서 제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인건비 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당사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그런 짓 하지 마라.”

지난달 30일 액터스소극장(부산 수영구 남천동)에서 본 ‘예술가의 자전적 고백 시리즈 2탄’ 공연은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예술가들인 발레인 김옥련과 마임이스트 방도용이 각각 자기 인생을 모노드라마로 펼친 감동의 무대였다. 그 공연에서 부산의 중진 춤 예술인 김옥련은 미국 금융인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가 주연한 영화 ‘행복을 찾아서’의 실제 주인공)의 ‘인생 한마디’를 들려준다. “인간에게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름다운 대사였다.

연극이 끝난 뒤, 문득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가장 나쁜 건 뭘까?’ 그땐 좀 어렴풋했는데 이제는 좀 더 확실히 알겠다. 남에게서 기회를 뺏는 것이다. 기회를 뺏는 것은 미래를 뺏는 것이며, 그것은 돌이킬 수 없다. 불가역(不可逆)이다.

제자 인건비를 빼돌렸거나, 명의를 도용해 탈법으로 타낸 교수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랍시고 한 2만 가지는 댈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관행이라 불법인 줄 몰랐다”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방법이었다”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챙긴 돈으로 해당 교수들이 카드 대금을 갚고, 자녀 유학비로 쓰고, 차를 바꿨다는 수사 또는 조사 결과가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피해자들’은 대학생이거나 대학원생이다. 출발선에 선 이들이고, 학문의 길로 막 접어든 후속세대고 미래세대다. 그럴듯한 구실로 포장된 채 눈앞에서, 그것도 자기가 ‘일부’가 되어 벌어지고 강요되는 부조리에 돌이키기 힘든 충격과 상처를 받는다. 나는 대학원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 내면에 깊은 상처를 입은 몇 사람의 사례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들어서 안다. 정말 안타까웠다.
최근 부산 춤계가 어수선한 상황에 빠졌다. 한 인터넷 매체가 대학의 무용 전공 학과 중심의 ‘부산 무용계 갑질 논란’에 관해 5차례에 걸쳐 보도했고, 그에 따른 파장으로 부산무용협회와 부산민예총 등 관련 단체가 우려와 관심을 나타내며 진상을 알아보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학계의 제자 인건비 또는 공적 연구비 사건과는 성격은 좀 다르다. 그러나 간단히 넘어가지는 않을 듯하다.

아직은 문제가 제기된 상태이므로 진실부터 알아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하지만 ‘제자 또는 학생이 실질적으로 안무한 작품을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사유화했다’거나 ‘출연하지 않은 공연에 이름을 올려 그에 따른 지원금을 받았다’는 요지의 지적에는 개연성이 있다. 부산 춤계는 지금 지극히 위축됐다. 4곳에 달했던 4년제 대학 무용학과 가운데 ‘무용학과’라는 명칭과 독립된 학과 체제를 유지하는 곳은 1곳으로 줄었다.

대학 무용학과가 제대로 대응하고 변화하지 못한 점이 이 같은 현실의 큰 이유다. 요컨대, 무용학과의 교수는 교육자(학생을 가르쳐 미래를 열어주는 사람), 예술가, 연구자라는 세 가지 역할을 부여받았는데 실제로는 대부분이 예술가 역할만 하려고 했다는 것이 지난 10여 년 부산의 춤 예술 현장을 취재한 사람으로서 닿은 결론이다. 예술가 구실만 하려 했으니, 학생을 미래 주역이나 대학의 주인으로 보지 못하고 작품에 동원할 인력으로 봤다. 그 과정에서 학생의 미래는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이런 구조는 반복됐다. 그런 경향의 일부 잔재는 오늘까지 왔다. 그것이 지금의 논란을 낳았다.

   
결국, 미래세대의 미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이 예술계의 미래마저 뺏은 결과가 됐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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