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유니온과 만든 첫 노래 공개
- 부산 인디뮤지션 등 5명 합심
- '노동요'는 노동자와 콘텐츠 제작
- 현장에 예술 접목 '다홍치마'도

"폐기 음식 먹는 패기 없는 나는 폐기 알바 인생/N빵 할 때 현금 없다 눈치 보는 나는 최저 인생/못 본 척 바쁜 척 사실 떡 하고 계산대 가서/척 카드 내밀고 한턱 쏘고 싶은 나의 신세 (허)/새우깡에 안주 세우는 애들 모여라/오늘은 내가 여기 쏜다 (1차 2차 3차 막차)/만 원의 행복 찾는 친구들은 모여라/만 원 받아 내가 쏜다" (천세훈&부산청년유니온의 노래 '울려라 골든벨' 중)

	지난 5월 '최저임금 1만 원 걷기대회'에서 노동예술지원센터 흥과 핸드메이드샵 'DOMO'가 마련한 수공예품 부스.

노동의 가치를 조명하고 노동현장에 흥을 불어넣는 예술가들이 있다.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이하 '흥'·부산 금정구 장전동)은 13일 낮 12시 청년운동단체인 부산 청년유니온과 함께 작사·작곡한 첫 번째 노래를 공개했다. "최저임금 1만 원을 받아 속 시원하게 친구들에게 한턱내고 싶다"는 청년 노동자의 마음을 부산의 싱어송라이터 천세훈이 흥겨운 멜로디로 녹여냈다.

이 곡을 만들도록 지원한 '흥'은 부산 인디밴드 스카웨이커스 리더인 이광혁(33)과 미디어 사회적기업 미디토리협동조합 박지선(35) 전 대표가 2015년부터 구상해 지난해 출범한 단체다. 박지선 센터장과 이광혁 기획팀장을 중심으로 부산 인디밴드 더 브록스의 윤석현(29)이 사무국장을 맡고, 더 브록스의 최동환(28)과 비나인(B9)의 박주영(28)이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았다.

	지난달 노동요프로젝트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예술가들과 노동자들.

단체의 시작은 '집회 문화'에 대한 고민이었다. 8인조 스카레게 밴드인 스카웨이커스는 사회문제에 분노하는 노래로 10여 년간 각종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광혁 기획팀장은 "많은 집회는 너무 엄숙하고 비장하다고 느꼈다.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중에게 공감을 얻고자 하는 집회인데 대중에게 과격하거나 접근하기 힘들게 비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예술계와 노동계의 가교가 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비영리 공익재단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신청해 70여 팀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됐다. 신생 사회·문화 단체의 독립과 자생을 위해 3년간 2억 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15년 낙방한 후 재수한 끝에 얻은 성과였다.

'흥'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크게 '노동요'와 '다홍치마'로 나뉜다. 노동요는 예술가와 노동자가 함께 만들고 즐기는 문화 콘텐츠다. 흥은 지난 9월 이후 현장 20여 곳을 돌며 간담회와 심층 면담을 통해 노동요 프로젝트에 참여할 단체와 사람을 찾았다. 우선 13일 발표한 '울려라 골든벨'로 청년유니온과 뮤직비디오를 만든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의 일상과 일터를 드로잉 작가와 그리는 프로젝트에도 나서고 학교 비정규직 직원으로 이뤄진 댄스팀과 댄스 영상을 제작한다. 돌봄노동자가 사진 전시회를 열 예정이며, 모두가 정규직이 됐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은 정규직 밴드 'BE'의 활동도 준비 중이다.

	지난 5월 '7080 고고장' 콘셉트로 집회를 공동 주최한 학교비정규직노조 부산지부 모습. 노동예술지원센터 흥 제공

노동요 프로젝트가 노동 문화의 저변을 바꾸기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활동이라면, 실제 현장에 예술을 입하는 활동이 다홍치마 프로젝트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에 학교비정규직노조 부산지부의 집회를 '7080 고고장' 콘셉트인 '학비고고장'으로 기획해 열었는데, 부산역에서 남포동까지 행진하며 집회 참가 노동자는 물론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담은 5분짜리 영상은 각종 단체의 호응을 얻으며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흥'이 시급하다고 보는 현안은 '최저 임금 1만 원'이다. 지난 5월에는 동래 온천천 인근서 '최저임금 1만 원 걷기대회'와 최저임금 1만 원 실현을 응원하는 '수공예품 만들기 체험 행사'를 열었다. 지난 8일 청년유니온의 '청년 업페스티벌'에 참가한 뒤에는 '최저임금 1만 원을 바라는 부산지역 인디뮤지션 선언서'를 13일 공식 발표했다.

'흥 캐러' 다니는 이들의 행보는 이제 시작이다. "노동이라고 하면 우울하고 힘들고 거칠고 투박하다 못해 '착취'라는 단어가 금방 따라와요. 하지만 노동은 누구나 해야 하는, 나와 세상을 바꾸는 귀한 활동입니다. 누구 못지않게 비정규직 노동자인 예술가들도 함께 현실을 바꿔 나가는 데 앞장서야 해요. 노동은 '흥 나는 활동'이라는 것을 노동자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하나하나 화제가 되는 작업물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의 다짐이다. 070-4300-2737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