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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20년 시간 넘어 문화 현상이 된 '해리포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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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7-06 18:58:3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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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출간 20주년을 맞아 지난달 26일 작가 조앤 롤링은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20년 전 오늘, 내 안의 세계가 다른 사람에게도 열리는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포스터.
초판 500부를 찍으며 미미하게 출발한 한 권의 소설은 어느덧 7권까지 집필, 79개 언어로 번역되어 4억500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영화 8편을 합쳐 77억20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린 최고의 판타지 시리즈로 발돋움했다. 영국에서는 '해리 포터' 탄생 20주년을 기념해 표지를 재단장한 특별판을 출간하고, 영화 촬영지였던 옥스퍼드와 에든버러에서 관련 이벤트와 전시회를 여는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독자의 상상 속에 마법과 환상의 세계를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해리 포터'시리즈는 얼핏 다른 판타지 소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톨킨의 '반지의 제왕' 정도를 제외하면 동일 장르의 어떤 소설도 그만큼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영화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해리 포터'가 통속적인 판타지와 갈라지는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판타지의 특징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경이로운 것을 제시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롤링의 발상은 독창적이었다. 현실과 괴리된 별도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경이로움과 만날 수 있는 어떤 접점, 즉 통로를 설정한 것이다.

해리는 호그와트에서 학기를 보내고 방학 때 이모 집에서 생활하며, 마법사들은 런던 킹스크로스 기차역의 플랫폼이나 런던 거리의 선술집, 전화부스처럼 현실의 틈새 곳곳에 숨겨진 통로를 거쳐 호그와트와 마법부를 오간다. 이처럼 롤링은 작품 속에 일상과 환상이 만나고 교차하는 접점을 마련하고 낡은 일상의 공간 즉, 현실의 틈새에 상상이 깃들 여백을 만듦으로써 꿈을 상실한 아이들이 경이로움을 꿈꾸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또 다른 미덕은 '다름'의 가치를 긍정하는 세계관이다. 호그와트의 교정에는 백인만이 아닌 동년배의 흑인과 동양인 학생들이 위화감 없이 어울려 지내며, 켄타우로스와 거인, 집 요정 같은 이형(異形)의 존재 또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과 인격을 가진 동등한 개체로 주인공과 소통한다. 심지어 해리의 대부 시리어스 블랙은 범죄자로 낙인찍힌 아웃사이더이며, 스승 중 한 사람인 루핀 교수는 늑대인간이다. 이러한 면면은 톨킨이 '반지의 제왕'에서 인간과 요정 외의 종족을 괴물로 묘사하며 이분법적 선악 구도로 선을 그은 것과 상반된 태도다.

   
오히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악은 편견과 증오에 사로잡혀 순혈 마법사 중심의 사회를 꿈꾸는 볼드모트와 같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차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순혈주의자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깔린 가치관은 순혈 민족주의, 자문화 중심주의의 폐단에 맞서 인종과 국경, 문화의 경계를 부수는 범세계주의에 닿아있다. 다름을 차별과 폭력으로 대하지 않고, 서로의 길을 격려하며 섞임과 어울림, 공존과 공생을 지향하는 자유로운 사회. '해리 포터' 시리즈는 인류 사회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이상을 풀어내며 전 세계의 공감을 끌어냈고, 한 시대의 문화 현상이 되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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