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치, 무분별한 개발 이면 기록
- 장웨이 유명인 얼굴사진 눈길
- 디진준, 북한 생활상 담아 주목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가 성장하는 중국에서 예술가들은 무엇을 보고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까. 중국 현대미술 4대 천황(장샤오강, 유에민준, 쩡판즈, 팡리준)은 잘 알려졌지만, 나머지 중국 작가의 작품을 볼 기회는 많지 않다. 마침 중국에서 주목받는 3명의 사진가가 부산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오픈스페이스 배의 전시장에 선 중국 사진가 두치(왼쪽)와 장웨이. 두 사람 사이의 작품은 장웨이가 내놓은 합성 사진이다. 유명한 인물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과 일반인의 얼굴 요소를 합성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언덕 '오픈스페이스는 배'는 해마다 진행하는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오픈 투 유'의 올해 첫 행사로 중국 사진가 3명을 초청했다. 그 주인공은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사진가 두치(49), 장웨이(40), 디진준(39)이다. 이들은 지난 3일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부산 관객을 만났다. 두치와 장웨이 작가는 20일까지 머물며 부산의 작가와 교류하고, 작업도 한다.

두치 사진가가 중국 저장성 해안가 개발현장을 기록한 작품. 간척했으나 개발이 중단됐다.

두치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에서 발생하는 무분별한 해안가 간척과 도시개발의 이면을 사진에 담았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며 100여 곳의 무분별한 개발 현장을 기록했다. 그의 사진 속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촬영 현장이 개발이 중단된 채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숲이 있었을 곳에는 짓다 만 콘크리트 주택과 황량한 대지만 남아 있다. 오픈스페이스 배에 전시된 두치의 작품('Dongtou Zhejiang')은 원경을 담았지만, 멀리 있는 사물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여러 장을 찍어 이어 붙였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도 같은 방식으로 작업했다. 마치 현장 앞에 선 듯 생생하다. 두치는 "토지 확대 정책은 엄청난 소비, 자본, 정치적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 프로젝트의 목적은 중국 해안선 풍경의 시각적 병리학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직면한 환경적 이슈의 진짜 원인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진준이 찍은 북한 여성들. 오픈스페이스 배 제공

장웨이가 가져온 작품은 독립지사 안중근, 노무현 전 대통령, 아웅산 수치 여사 등 유명인의 얼굴사진이다. 어딘가 실제 인물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실사가 아니라 합성사진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의 얼굴에 이름모를 일반인의 얼굴 요소를 결합했다. 작가가 보유한 1000여 명의 얼굴 데이터베이스에서 눈, 코, 입, 눈썹, 이마, 피부 등을 하나씩 따와 합성한 것이다.

작가는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과 비슷하다. 정치적 분위기와 문화는 이 결합에 의해 사라졌다. 이것은 자아나 가치에 대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디진준은 8년 전 사진기자로 북한을 방문해 찍은 북한 사람 생활상을 선보인다. 일상에서 마주친 북한 모습은 선전문구로 가득한 정치적 공간이 사라진 인간적 풍경이다. 그는 북한을 '정치적 영향 아래 폐쇄된 유토피아'라고 정의했다. (051) 724-5201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