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전 참전·광주항쟁·방북
- 망명·옥살이까지의 삶을 회고

'수인'(囚人·옥에 갇힌 사람).

'시대의 소설가' 황석영은 자신의 삶을 회고한 자전 수인에서 "평생 감옥에 갇혀 있었다"고 고백한다. 작가이기에 평생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었고, 남과 북으로 갈라선 '한반도'에 평생 갇혀 살며 자유를 꿈꿨다고.

	작가 황석영이 지난 8일 '수인' 출간기념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책은 황석영이 유년 시절부터 베트남 전쟁 참전, 광주민주항쟁, 방북과 망명, 귀국과 옥살이까지의 인생을 정리한 것이다. 5년간 감옥 생활과 바깥에서 지낸 시간을 번갈아 서술하며 억압과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꿈꾼 한 인간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2004년 한 일간지에 연재한 자전 소설 '들판에 서서 마을을 보네'를 개작한 것으로, 유년시절부터 1976년 전남 해남으로 이주하기까지 과정을 연대순으로 정리하다 중단한 것을 1980년 광주항쟁 이후 20년의 기록을 보태 2권의 책으로 펴냈다.

책은 담담한 인생 고백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그 속에는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물결과 그 소용돌이에서 시대 정신을 고민한 익숙한 인물들, 방북에서 마주한 북한 모습 등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또 '장길산'의 저자를 때리지는 못해도 인격적으로 '살인'한 정보기관의 분위기와 감옥의 삶도 펼쳐진다. 감옥에서 나온 지 20여 년이 되었어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기록한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자유를 갈망하며 위태로운 삶을 선택한 작가의 울분과 고독도 느껴진다.

그는 지난 8일 열린 출간기념회에서 "작가로서 평생 자유를 추구했지만 늘 자유롭지 않은 인생이었다. 이 책을 내면서 비로소 출감한 것 같다는 얘기도 주변에서 하지만 진정 석방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47년간 시대의 부조리와 억압에 맞선 작가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