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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암 심국보의 동학 이야기 <18> 주문 수련

강령·본주문 2가지…단체로 외우면 효과 배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6-16 19:54:10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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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 데는 콩이 난다. 콩을 심어 놓고 팥을 거둘 것이라 여긴다면 착오도 그런 착오가 없다. 태권도나 무술은 수련하여 심신을 단련한다. 땀 흘려 단련하지 않고 무술의 고수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콩 심은 데 팥 나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문수련의 좌법(평좌장족법)이다. 발가락을 감추고, 양손은 무릎 위에 가볍게 얹고 허리를 편 다음 단전에 기운을 모은다.
동학의 수련은 마음공부이며 그 수단은 주문이다. 주문을 외다 보면 신내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동학에서는 이를 강령(降靈)이라 한다. 주문에 열중하다 보면 '한울님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른바 강화(降話)다. 강령·강화 현상은 부지런히 몸 움직이면 온몸에 땀 나는 것과 같다. 열심히 수련하여 무술 고수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동학 수련에 주로 사용하는 주문은 8자로 된 '지기금지 원위대강(至氣今至願爲大降)'의 강령주문과, 13자로 된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의 본주문이다. 강령주문은 "하늘 기운에 이제 접하오니 원컨대 기화(氣化)되게 하소서"라는 뜻이며, 본주문은 "한울님을 모셨으니 내 마음 정해지고 언제나 잊지 않으니 만사가 형통하네"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주문 수련을 통해 우리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변화를 느끼고, 강령·강화 등의 현상을 체득하면서 작은 우주라 할 우리 몸의 기화의 법칙을 배워나간다. 기화란 사람과 사람, 생명과 생명, 물체와 물체 사이에 이루어지는 소통과 같은 것이다. 한울님을 모신 개개인은 세상 기운과 기화상통되어야 한다. 수련은 몸과 마음에 대한 과학과 이론을 실천하는 것이다. 수련은 사실 종교적이라기보다는 과학이라 해야 옳다. 수련은 사회적 사상이나 특정 이념과도 관련이 없다.

동학의 주문은 여러 사람이 함께 외우면 효과가 배가된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흥을 돋우는 음악은 필수적이다. 2002년 월드컵 응원 때를 상기해 보자.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에 맞추어 수많은 사람의 행동통일은 절로 이루어졌고 이 구호를 흥얼거리며 늦은 밤까지 질서를 잃지 않고 대오를 이루었다. 흔쾌히 읊조리게 하는 중독성 있는 리듬, 이것은 이미 주문이다. 속으로 흥얼거리게도 되고 집단으로 함께 외치기에 적당한 것이 주문이다.

1894년 동학혁명 당시 주문은 군가 역할도 했다. "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의 주문은 4·4조 또는 4·3 조로 리듬에 맞추어 행진하기도 좋았다. 8자로 된 강령주문만 별도로 왼다면 4·4조로, 대규모 군중이 모인 곳에서는 행동통일에도 유효했다. 동학이 내세운 '보국안민 척양척왜'의 목적과 강령주문은 4·4조 리듬으로 대중의 행동을 모으고 창의의 목표를 분명히 하는 효과도 있었다. 일본군의 신식 무기가 주는 두려움과 공포를 더는 심리 효과도 있었을 터이다.
주문은 비는 글이다. 빈다는 것은 초자연의 힘을 빌려 소원을 이루고자 하는 주술을 뜻한다. 그래서 주문을 외기만 하면 병도 낫고 재앙을 면하고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수운 선생은 지극히 한울님을 위하는 글을 주문이라 하였다. 시천주(侍天主) 즉 사람이 제각기 한울님을 모시고 있으니, 제게 모신 한울님을 위하는 글을 주문이라 한 것이다. 동학의 주문은 철저히 한울님을 위하는 글 즉 자신에 대한 다짐의 글이다. 주문 수련을 통해 스스로 각오를 다지고, 큰일에 필요한 큰마음을 키우고, 조직 단결에 필요한 한마음을 기르는 것이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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