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 걸고 싶은 내 욕심 때문…디지털상영관서 봐야 강렬할 것"
- 영화 플랫폼의 변화로 인한 진통
- 부산은 영화의전당서 상영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옥자'가 오는 29일 개봉을 확정한 가운데 논란을 빚고 있다. '옥자'의 제작사인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기업 넷플릭스(전 세계 1억 가입자 보유)가 극장과 넷플릭스 개봉을 동시에 하기로 하면서 국내 극장 시장의 92%를 점유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3사(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상영 불허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옥자' 기자간담회가 열려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해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다니엘 헨셜, 변희봉, 안서현,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연합뉴스

멀티플렉스 3사는 영화상영표준계약서상 최소 일주일간 개봉을 전제로 하고, 업계 관행으로 홀드백 기간을 둔다는 점을 내세워 '옥자' 상영을 거부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봉하는 상업영화는 극장 상영 후 최소 1~3주간 홀드백 기간을 거쳐 IPTV나 온라인 서비스가 개시된다. 그런데 '옥자'가 그 룰을 어겨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열린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옥자'가 초청됐을 때 프랑스극장협회와 갈등을 빚은 것도 극장 상영 3~4개월 이후에야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한 프랑스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멀티플렉스 3사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함께 개봉하는 선례를 남기게 되면 앞으로 어떤 영화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동시 개봉하겠다고 할 때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옥자'를 상영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다만 CJ CGV는 강경하고, 롯데시네마는 선 개봉 원칙 준수, 메가박스는 협의 중이라는 온도 차를 보인다.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을 앞두고 논란을 빚고 있는 영화 '옥자'. 넷플릭스 제공

'옥자'에 제작비 580억 원을 전액 투자한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개 국가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오는 29일 동시에 선보인다"고 밝혔고, '옥자'의 국내 배급을 맡은 NEW 관계자는 "아직 개봉이 2주 정도 남았다. 현재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상영관을 추가로 열 수 있으므로 계속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봉 감독도 지난 14일 열린 '옥자' 기자회견에서 국내 상영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봉 감독은 "최소한 3주간의 홀드백을 원하는 멀티플렉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 넷플릭스는 동시 개봉을 원칙으로 삼는데, 그 원칙도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옥자'는 넷플릭스 가입자들의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극장 내리기까지 기다려주세요'라며 볼 권리를 뺏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논란의)원인은 ('옥자'를) 큰 스크린에 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저의 욕심 때문"이라고 했고, "'옥자'는 디지털 버전의 70㎜ 카메라라고 할 수 있는 알렉사65로 촬영했다. 이 카메라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촬영한 카메라로, 광활한 자연을 찍었을 때 그곳에 존재하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그래서 4K 디지털 상영관에서 보면 더 강렬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옥자'를 제대로 즐기려면 4K 디지털 상영관에서 볼 것을 추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봉 감독의 영화를 사랑하고 '옥자'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 입장에서 멀티플렉스가 벌이는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수 있고, 넷플릭스가 한국 영화시장 사정을 이해하지 않고 무리하게 밀어붙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멀티플렉스와 넷플릭스 사이에서 '옥자'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은 일반 관객들의 볼 권리 또한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옥자' 상영 논란은 영화의 플랫폼이 빠르게 다양화, 다변화되면서 필연적으로 야기될 수밖에 없는 문제 제기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옥자' 이후에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이번 기회에 영화계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편, '옥자'는 지난 14일까지 멀티플렉스 3사를 제외한 전국 중·소극장 100여 개에서 상영을 확답받았다. 부울경 지역 상영극장은 영화의전당, 울산현대예술관, 거제엠파크시네세븐, 밀양시네마, 울산정자자동차, 합천시네마, 남해보물섬시네마, 울주알프스시네마다.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