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수록 삽화 등 60점 전시
- 수익 일부 유기견 위해 기부
- 부산 인디프레스 25일까지

'청바지 작가'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최소영이 긴 공백을 깨고 '동물 권리'를 주장하는 드로잉 작품으로 돌아왔다.

	최소영 작가가 동물을 그린 드로잉 작품 앞에서 자신의 반려견 '초코'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소영(37) 작가가 오랜만에 고향인 부산에서 전시를 연다. '최소영' 하면 떠올리는 '청바지 작업'이 아니라 개 고양이 토끼 돼지 너구리 소 등 동물을 그린 드로잉 작품이다.

지난 9일 만난 최 작가는 "최소영에게서 원하는 전시, 작품은 청바지 작업이다. 청바지 작업은 만드는 것이지 그리는 것은 아니다. 평소 그림에는 자신이 없었는데, 유기견 백구를 만나 돌봐주면서 삽화 의뢰가 들어왔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평가받을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반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누군가 입다 버린 청바지, 청바지 공장에서 나온 천 조각을 사용해 '부산 풍경' 등을 만들어왔다. 천 위에 스케치를 한 뒤 청바지 조각을 오려 붙이거나 탈색해 꿰매는 방식이다. 동의대 서양화과 2학년 때 벌써 개인전을 열어 단숨에 주목받았다. 200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청바지 작품이 2억 원에 낙찰돼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어리고, 여자이고, 지방대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실력으로 극복한 것이다.

	철창에 갇힌 개를 나타낸 작품. 인디프레스 제공

10년 넘게 청바지 작업에 매달린 작가를 드로잉의 세계로 이끈 건 유기견 '백구'다. 2016년 1월 1일 자택이 있는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근처에서 진돗개 백구를 만난 후 작가의 삶이 달라졌다. 작가는 백구를 돌보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과 만나며 그동안 작업, 요가, 채식, 불교 공부에 한정됐던 교류의 폭을 넓혔다. 또 백구를 이해하기 위한 동물 커뮤니케이터와의 만남은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 책 삽화 작업으로 이어졌다. 책을 쓴 이유미 동물 커뮤니케이터의 권유로 삽화를 그리게 된 것이다.

이번 드로잉 전에는 책에 수록된 삽화 19점을 포함해 드로잉 소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인간으로 인해 고통받는 동물의 실상을 상징적이고 호소력 있게 그렸다. 귀여운 너구리가 옷걸이에 매달려 있고, 슬픈 눈의 돼지는 취사도구로 만들어진 창살에 갇혀있다. 푸른 바다를 종횡해야 할 돌고래는 무표정으로 동물 쇼를 하고 있고, 쉽게 학대의 대상이 되는 길고양이는 잔뜩 겁을 먹은 얼굴이다. 작가는 동물이 인간보다 못한 하위등급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온전한 생물로서 가치와 존엄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돼지가 조리도구로 이루어진 철창에 갇혀있는 작품. 인디프레스 제공

"집에 남아있던 가죽 물품을 모두 정리했어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사고, 사람들과 소싸움, 투우, 동물원과 동물쇼, 털 제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제가 백구를 통해 알게 된 동물의 권리를 주변과 나누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최 작가의 드로잉 전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는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에 있는 인디프레스에서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작품 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유기견을 위해 기부한다. 010-6757-1405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