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는 행위자의 문제가 아닌 함께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것"

- 개념 외우는 인문학서 벗어나 실제의 문제에 적용 가능토록
- 소크라테스, 제레미 벤담 등 학자들의 이론과 현실 접합

정치철학자 김만권은 독자와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인문학책을 열정적으로 펴내는 저술가이다. 그가 지난해 10월 펴낸 '호모 저스티스-불의의 시대에 필요한 정의의 계보학' 뒤로 8개월 만에 새 책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를 내놓았다.

소크라테스.

그는 이번 책 프롤로그에 썼다. "'내가 규정하는 나'는 '길거리 정치철학자'(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고민하는 정치철학자를 뜻한다)다.…'우리가 잊고 지내는 질문을 상기시켜주는 사람'은 될 수 있을 거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자기 소개다.

이어 이 책의 주제의식을 꿰뚫는 화살을 날린다. "정치가 행위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돌보고 보살피는 공유의 영역임을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정치에 반(反)하던 사람들이 반해서 다가설 만한 정치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어떻게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그 방법이 정치가 다루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을 다시 사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철학자 김만권.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시민교양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진행자로도 활동하는 김만권의 이번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위에서 밝힌 주제의식을 간절하고 집요하면서도, 흥미롭고 최대한 쉽게 펼쳐 보이기 때문이다.

인문학 공부가 많은 독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사실 그 '성패'는 다음 두 가지에 상당 부분 달렸다.

첫째 기본이 되는 개념을 단단히 익히느냐. 둘째 그렇게 단단히 익힌 기본개념을 달달 외우는 데 치중하거나 지식 자랑 도구로 쓰기보다 현실과 끊임없이 견주고 실제에 적용하면서 살아있는 지식으로 가꾸느냐.

마이클 샌델(왼쪽), 제레미 벤담.

그런 점에서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는 인문학, 특히 정치철학 부문의 좋은 공부 동반자가 될 것 같다. 저자는 책을 8강으로 나눴다. 일부를 소개하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국가와 개인' '왜 (불)평등을 말해야 하는가?-평등과 불평등' '정치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정의를 세우는 기준은 무엇인가-효용, 권리, 미덕',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는가?-민주주의와 자유주의' 등이다. 저자는 이렇게 기본이 되는 주제·영역·개념을 존 롤즈, 한나 아렌트, 제레미 벤담, 로널드 드워킨, 루소 등의 중요한 학자의 이론과 함께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현재 한국 또는 세계의 현실과 책이 다루는 정치철학을 접합하고 교차시키면서 '오늘, 여기'로 불러온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존 롤즈의 정의에 관한 철학에서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인 인간의 노력이 사회 전체의 안전망 구축으로 이어지는 원리를 도드라지게 보여주면서 저자의 수업을 듣는 장애인 학생의 생각에 어떤 변화를 끼쳤는지까지 들려준다. 기본소득 도입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정의란 무엇인가'로 널리 알려진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효용·권리·미덕이라는 기준을 설명하기도 한다.

정치철학을 인문학 공부의 자리로, 시민의 삶 곁으로 더 가까이 끌어당겨주는 책이다. 저자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나와 미국 뉴욕 뉴스쿨에서 정치이론과 법철학을 공부한 뒤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