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어사 금강암 신도들 힘모아
- 매년 부처님오신날에 수여식
- 올해도 지난달 5000만 원 기탁
- 종교나 성적 등 다른 기준없이
- 경제적 제약 받는 학생에 전달
- "사회 양극화 완화, 종교인 역할"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아주 적은 금액으로도 상처를 받거나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기준에 맞으면 종교와 성적에 관계없이 장학금을 수여합니다. 꼭 필요한 학생에게 주자는 것이지 다른 기준은 없어요."

범어사 금강암 회주 정만 스님.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부산 금정구 범어사 '금강암'은 본당을 기준으로 왼쪽에서 금정산성 북문으로 오르는 계곡길 오른쪽에 있다. 계곡 바윗길을 따라 300m쯤 오르면 경치가 일품인 금강암에 닿는다. 주변 숲이 단풍으로 변할 때 경관이 장관이라 '금정 8경' 중 하나인 '금강만풍'으로 불린다.

정만 스님은 2000년부터 이 아름다운 암자의 회주를 맡고 있다. 정만 스님은 지난달 3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공익기부법인 아름다운동행에 장학금 5000만 원을 기탁했다. "지역 인재들이 꿈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장학금이다.

이 장학금은 정만 스님과 금강암 신도들이 참여한 '금강암장학회'가 조성했다. 금강암장학회는 올해까지 8회째 청소년·대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조성해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에 수여했다. "금강암 신도들이 여러 모임을 만들어 봉사를 많이 해요. 양로원 가서 청소·안마 봉사를 하고, 병원에서 꽃꽂이 봉사도 하죠. 교도소나 소년원 군법당에서도 봉사합니다. 학생을 위해 할 일이 없을까 상의하다가 장학금을 생각했죠. '많이 모이면 많이, 적게 모이면 적은 대로 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첫해는 2200만 원, 2회에는 3000만 원, 3회부터는 5000만 원을 전달해 지금까지 지급한 금액이 3억5200만 원이다. 올해는 대학생 10명(각 200만 원), 고등학생 10명(각 100만 원), 중학생 40명(각 50만 원) 등 60명이 혜택을 봤다. "3회부터 5000만 원으로 고정됐어요. '부처님오신날'에 들어오는 등값이나 기부금에서 장학기금을 만들고 신도인 천호식품 회장 부부가 1000만 원을 기부하며, 나머지는 신도들이 십시일반 보태죠. 모두 신도가 마음을 모아 조성하는 겁니다."

지난달 3일 열린 금강암장학회의 장학금 수여식.

금강암장학회의 장학금 수여 기준도 눈길을 끈다. 종교나 성적에 관계없이 소득 기준에 맞으면 장학금을 준다. 스님은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성적이 좋아지기 힘들다. 환경이나 경제적 제약이 성적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정청소년수련관 관장을 역임하고, 범어사가 설립한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진 데서 나온 세심한 배려다. 정만 스님은 2015년부터 영도 해동중 이사장도 맡고 있다. 스승인 벽파 스님이 세운 학교법인 원효학원이 운영하는 학교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다시 장학금에 쓰라고 적은 액수라도 기부하는 일"이 가장 기쁘다고 정만 스님은 말한다. 스님은 오늘날 종교인의 역할로 "사회의 극단적인 양극화를 해소하는 매개체"를 제시했다. "스님이 출가해 자기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극단적인 환경을 완화시키는 역할도 해야 해요. 부처님의 사상도 '중도'입니다.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방법이죠."

정만 스님은 벽파 스님을 은사로 1977년 사미계를 받았고, 1979년에 구족계를 수지했다. 그동안 범어사 부주지, 조계종 총무원 재무부장·호법부장·기획실장·총무부장,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등을 지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