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주기 맞아 27일 오후 6시 오픈
- 2007년~2015년 작가활동 망라
- 평면 15점, 입체조각 70점 공개

교수 사회의 거짓과 후안무치에 희생된 유명 조각가 고(故) 손현욱 교수의 추모전이 모교에서 열린다.

손현욱 조각가의 대표적인 작품 '배변의 기술'

손현욱 조각가(사망 당시 34세)의 동료들은 부산 서구 동아대 석당미술관에서 22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추모전 'The Son Hyun-ook'을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동아대 출신으로 모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손 조각가는 동료 교수의 사주를 받은 제자의 거짓 대자보로 인해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괴로워하다 지난해 6월 7일 스스로 삶을 마감(본지 지난 3월 18일 자 1면 보도 등)했다.

진실은 지난 3월에야 명백히 밝혀졌지만, 유족과 손 조각가의 선·후배들은 처음부터 추악한 누명을 믿지 않았다. 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진 직후부터 추모전을 계획하다 지난 1월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고, 1주기를 앞두고 모교에서 유작과 미공개작을 선보인다.

'배변의 기술' 시리즈의 한 작품.

이번 전시는 손 조각가의 2007년 첫 번째 개인전부터 2015년 전시까지 그의 10여 년 작가활동을 총망라한다. 그는 길지 않은 작가 생활 동안 개인전을 10회 열고, 단체전에 184회 참여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이 전시에는 그가 작업실에 남긴 100여 점 중 평면 15점과 입체·조각 70점이 공개된다. 미공개작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동물 형상을 기하학적 조각으로 나타낸 초기작부터 동물 형상에 오브제를 결합한 근작까지 손 조각가의 작업세계는 '행위의 즐거움' '창작의 유희' '배변의 기술' '커넥션 조각' 시리즈 순으로 변화했다.

'Connection'

초창기 작업은 동물 형상을 기하학적 조각공간으로 나타내는 데 중점을 뒀다. 그의 대표적 작품은 '배변의 기술' 시리즈다. 개가 다리를 들고 오줌을 누는 상황을 평면적인 동시에 입체적으로 풀어낸 이 시리즈는 억눌림보다는 통속적인 삶에 대한 긍정을 이야기한다. '커넥션 조각' 시리즈는 동물 형태가 이전과 달리 구체적이고 역동적이다. 개 고양이 상어 소 새 등 동물 형상의 항문에 오브제인 전구를 꽂아 불이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현대화 과정에서 불거진 사회적 병리에 대한 반항이다.

이번 추모전은 손 조각가의 동아대 미대 선후배와 제자들의 도움으로 준비됐다. 후배인 정채은 동아대 외래교수를 비롯해 김등용 예재호 씨가 공동기획했고, 동아대 대학원생들이 작품 보수를 도왔다. 동아대 미술학과 쪽은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정채은 교수는 "생전에도 존경하는 선배였지만, 추모전을 준비하며 유작을 꼼꼼히 살펴보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대단한 작가'라고 느꼈다"며 "체계적으로 자기 메시지를 작품에 담았고, 길지 않은 작가 생활 동안 아주 많은 작품을 완성한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전시 오픈식은 27일 오후 6시다. 이날은 음력으로 고인의 1주기이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