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된장 고추장물로 반죽해서
- 양념장도 필요없는 부침개
- 보약과 진배없는 봄 부추든
- 알싸하니 향긋한 방아든
- 반죽에 넣고 지지기만 하면
- 주전부리·반찬·안주 다 돼
- 식어도 쫀득쫀득 맛난 별미

'된장이나 고추장을 탄 물에 밀가루를 풀어 반죽하고, 파나 부추 등의 나물을 버무려 부친 부꾸미'. '장떡'에 대한 사전의 설명이다. 말 그대로 된장이나 고추장을 풀은 물에 밀가루를 반죽한 후 다양한 나물을 뒤섞어 번철에 지져내는 '떡'의 일종이란 뜻이다.

한 접시 가득한 정구지방아장떡과 애호박양파 장떡(젓가락으로 집어든 장떡)이 먹음직스럽다.

설명대로라면 집에 있는 된장이나 고추장 그리고 밀가루에 제철에 나는 나물을 활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입이 심심할 때 주전부리로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장떡이겠다. 요즘 부침개와도 얼추 비슷한 용도이겠거니 싶다.

장떡은 소소하고 부담 없는 음식이기에 어느 때, 어느 곳에서건 쉽게 해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한국전쟁 시기에는 피란 음식으로도 널리 활용됐거니와, 수행하는 스님들이 먹는 사찰 음식이기도 했고, 유력 가문의 전통 상차림에도 빠지지 않았다. 민가에서도 손에 잡히는 식재료를 이용하여 부쳐 먹을 수 있었기에, 누구나 즐기는 전통음식이었다.

부추도 좋고, 김치도 좋다. 냉장고에 뒹구는 콩나물이나 깻잎, 오징어나 조갯살 등 해산물, 돼지고기 등속도 칼로 다져 넣고 부칠 수도 있다. 된장이나 고추장에 밀가루만 있으면 무엇으로든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 장떡인 것이다.

해서 김치장떡, 정구지방아장떡, 깻잎장떡, 방아애호박장떡, 산초잎장떡, 배추장떡, 가죽나물장떡, 콩나물장떡. 해물장떡…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종류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 말은 식재료가 정형화되지 않았기에 자유롭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과 그만큼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할 수 있어 탄력적인 레시피를 가진 음식이라는 뜻이 된다. 모든 사람이 부담 없이 먹는 서민 음식이란 뜻이기도 하다.

■재료에 따라 화려한 변신

고추장과 된장

나른한 봄날이나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겨우내 익힌 김치나 밭에서 막 피어오르는 정구지, 방아 등속을 된장, 고추장을 푼 밀가루 반죽에 뒤섞어 지져 먹는 맛은 그저 그만이다. 고추장 베이스는 고추장떡, 된장 베이스는 된장떡이 된다.

장떡은 이북 지역의 전통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찹쌀가루에 된장이나 고추장을 넣고 반죽하여 시루에 찐 뒤 햇볕에 사나흘 꾸덕꾸덕하게 말려, 두고두고 먹는 음식이었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지져 먹었다고 전한다.

특히 개성의 '개성장떡'은 이북 출신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고향 음식으로 귀하게 취급된다. 개성장떡은 햇된장을 뜰 때 장떡용 된장을 따로 건져, 찹쌀가루와 다진 쇠고기에 깨, 파,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을 섞어 동그랗게 빚은 뒤, 말리거나 쪄두었다가 지져 먹고 구워 먹었다. 본디 이처럼 온갖 노력과 정성이 다 들어가는 음식이었던 셈인데, 한국전쟁 때 이북 피란민들이 피란지에서 밀가루로 장떡을 해먹으면서부터 간단한 레시피의 음식으로 널리 퍼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여 지금은 다양한 조리법으로 지역마다 전통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전쟁 이후 장떡은 전국적으로 끼니 대용이자 반찬으로, 주전부리이자 술안주로 널리 퍼졌다. 배급 밀가루와 우리 식탁을 지키는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주위에 구하기 쉬운 제철 식재료만 있으면, 설렁설렁 부쳐내면 되었기 때문이다.

■'정구지'와 방아, 장떡을 만나다

장떡의 단골 재료인 방아(배초향).

우리 부산도 향토 음식으로 장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봄에 밭에서 갓 올라오는 정구지와 방아로 만든 '부추방아장떡'을 대표적인 봄철 음식으로 즐겨 먹었다. 부산은 오래 전부터 향이 강한 남새를 음식에 즐겨 넣어 먹었는데, 장떡도 맛과 향이 강한 남새에다 고추장, 된장의 강한 짠맛을 더해 '봄의 심심한 입맛'을 강렬하게 깨워냈다.

장떡의 풍미를 돋우는 아시정구지(초벌부추).

정구지는 '봄에 먹는 보약'이라고 할 정도로 영양소가 높은 소채. '아시정구지(초벌부추)는 백년손님인 사위에게도 안 준다'고 할 정도로 귀하고 영양가가 높다. 통상 '부추'라 불리며 경상도에서는 '정구지' '소풀', 전라도에는 '솔' 등으로 불린다. 방아는 '배초향'의 경상도 말이다. 한방에서는 곽향(藿香)이라 부르며 약재로도 쓴다. 부산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향신채로, 초봄의 방아는 향이 부드러우면서도 박하처럼 달고 구수하다. 국이나, 탕, 찜 등 다양한 요리에 곁들여 먹는 '음식의 감초' 역할을 하는 식재료이다.

정구지와 방아, 김치 등속으로 장떡을 만들어 보았다. 정구지와 방아를 넣고 '정구지방아장떡'을, 김치와 방아를 넣고 '김치방아장떡'을, 양파와 애호박을 넣고 방아잎을 살짝 곁들인 '애호박양파장떡'을 지져보았다.

■식었을 때도 쫀득쫀득 별미

'정구지방아장떡'은 된장에다 고추장을 약간 풀어 베이스가 구수하면서도 매콤하게 와 닿는다. 우선 방아 향이 강하면서도 들큰하게 올라오고, 뒤이어 정구지의 알싸하면서도 기분 좋게 씹히는 식감이 따라온다. 대체로 간이 잘 밴 '방아정구지전' 같은 맛인데, 더욱 진하고 감칠맛이 확연하다.

'김치방아장떡'의 맛을 본다. 한입 넣으니 겨우내 잘 익혀두었던 김치의 깊은 맛에다 방아의 싱그러움이 어우러져 참으로 흔쾌하다. 사각사각 씹히는 김치의 식감도 좋고, 고추장 베이스와 방아잎이 서로 어울려, 풍부한 향과 더불어 칼칼함이 살아난다. 밥반찬이나 술안주로도 근사하겠다. '애호박양파장떡'은 재료 본연의 맛이 충분하다. 삼삼하면서 달큰하다. 고추장으로 베이스를 했기에 단맛과 더불어 매콤함이 서로 잘 맞다. 입이 궁금할 때 군것질거리로 집어 먹기에 안성맞춤이겠다.

장떡은 고추장, 된장으로 간이 되어 있어서 다른 부침개와 달리 양념장이 따로 필요 없으며, 뜨거울 때보다 식었을 때가 쫀득쫀득한 식감으로 그 맛이 더한다. 넣는 재료에 따라 수많은 종류의 맛깔을 낼 수 있는 음식이자, 심심할 때 오다가다 하나씩 집어먹는 재미가 쏠쏠한 음식이 장떡이다. 배고픈 시절, 밀가루 반죽에 쉽게 구할 수 있는 푸성귀나 남는 식재료를 넣어 뚝딱뚝딱 만들어 먹었던 음식, 장떡. 추적추적 비가 오는 봄날, 추억의 음식 '장떡'을 주전부리로, 느긋한 하루 흘려보내는 것도 좋겠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