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신문 2016년 신춘문예 등단
- 현직 아파트 관리소장 14년 습작
- 세월의 무게·연륜 고스란히 담겨

불혹을 넘긴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곱지 않은 주변 시선과 걱정이 교차했다. 그래도 13년간 묵묵히 시를 썼다. 등단은 쉽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심정으로 도전했고,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이명우 시인의 등단 과정은 길었다.

	이명우 시인은 첫 시집 '달동네 아코디언'에서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깊은 시 세계를 선보였다.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한 이명우 시인이 첫 시집 '달동네 아코디언'(애지)을 펴냈다. 등단 1년 만에 첫 시집을 낸 이 시인은 "10년 넘게 쓴 시가 100편이 넘었고, 그중 50편을 먼저 추렸다"고 했다. 그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시인은 서울에서 아파트 관리소장 일하고 있다. 2004년 시를 쓰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습작 기간을 거쳐 2013년 제1회 암사동유적 세계유산 등재 기원 문학작품 공모전 대상을 받으며 임계점을 넘기 시작했다. 그는 "시가 여전히 내 품 안에서 계속 만들어져야 할 것 같은데 첫 시집을 내니 기분이 묘하다. 남들은 첫 시집을 내면 '출산한 것 같다'며 시원섭섭하다던데 되려 무덤덤한 편이다"라며 "아직 시를 더 다듬어야 할 것 같고, 스스로 흡족할 만큼 시원하지 않은 작품도 있어 그런 것 같다"고 둘러 말했다.

이 시인의 우려와 달리 그의 첫 시집은 '신인'의 것으로 도저히 느끼기 힘들 만큼 세월의 무게와 인생의 연륜이 무르익은 시가 많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이 45세, 피 끓는 청춘을 보내고 인생 희로애락을 체험한 중년의 씁쓸함과 유연함이 함께 느껴진다. 신진숙 문학평론가는 "시인이 살아온 생의 경험과 두께가 시의 진정성을 구성한다"고 평가했다.

'졸음이 눈꺼풀 속으로 들어앉아 빠져나가지 않는다/쏟아지는 빗줄기에 눈치도 흐려지고/공기도 그의 머리를 떠받들고 있다//눈꺼풀과 마주 잡은 졸음이 주민들의 눈에 걸린다//(…)속눈썹에 갇혀 있던 그의 눈치가/그늘을 먹고 있다'('경비원' 중)

그의 시는 성실하다. 섬세한 관찰과 촘촘한 묘사가 쌓여 시적 화자의 심경을 충실히 전달하고, 말미에는 인생을 관조하는 여유도 느껴진다.

'담장에 사춤을 넣지 못한 벽돌의 아귀가/조금씩 삐걱거리는 것 같다/시멘트에 물을 넣고 흙손으로 잘게 섞은 후/칼로 이리저리 뒤적거린다/햇살이 초벌을 발라주고 먹줄을 튕겨준다/(…)'('사춤 치기' 중)

이 시인은 "이전에는 보는 대로, 불러준 대로 시를 썼다. 이제는 시를 절제하고 새로운 세계를 보고 싶다. 내가 겪지 못한 이상적인 세계, 왕성하게 운동하는 세계, 즐겁게 율동 하는 세계에 관해 써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