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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10> 부처님 탄생일과 대통령 선거일

자기를 내어놓는 대통령이 나타나길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4-28 20:18:48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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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초파일이고 바로 이어 대통령 선거일이다. 선거일이 초파일 연휴 연장이 되는 경우까지 있어 다른 의미에서 이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부처님 탄생일과 대통령 선거일이 이어지는 이 인연으로 부처님과 같이 창생을 위해 자기를 내어놓는 그런 대통령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부산 금정구 범어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참선을 하는 모습. 범어사 홈페이지
선종에 '부처를 뽑는 과거 시험장(選佛場)'이라는 말이 있다. 불상을 태워 난방하는 걸출한 기행으로 유명한 단하천연 선사가 이 말의 주인공이다. 그는 과거를 보러 장안으로 가다가 한 선승을 만나 '과거를 보아 관리에 뽑히는 것보다는 참선하여 부처로 뽑히는 것이 좋지 않은가' 하는 말을 듣는다. 이 일로 천연 선사는 '부처를 뽑는 과거시험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하나의 부처님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이후 이 말은 선승들이 공부하는 선방에 대한 미칭이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부처를 뽑는다는 이 말은 위험하다. 우리는 이미 부처의 나라에 살고 있는 부처들이다. 만나는 이마다 부처님이고
들리는 소리마다 부처님의 설법이다. 이렇게 모든 일, 모든 존재가 부처임을 확인하는 일이 참선이다. 그래서 최근의 어떤 선지식 스님은 설법이 끝날 때마다 '비님! 감사합니다. 바람님! 감사합니다'를 선창하고 대중에게 따라 외치게 하는 방편을 쓴 일도 있다. 어디 비와 바람뿐이랴. 오늘 우리를 괴롭히는 이 미세먼지도 있는 이대로 부처를 증명한다. 그러므로 그 스님은 우리에게 '먼지님! 감사합니다'를 선창하며 따라하도록 이끌었던 것이다. 보기에 따라 유치하고 민망하기까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본래 진리는 그렇게 고상하거나 심오한 것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이 참선의 현장에서 부처를 따로 뽑는 일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대부분 종교는 자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궁극의 큰 하나에 귀의하는 길을 걷는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다시 묻는다. 그 궁극의 큰 하나는 실체가 있는 것인가. 본질적 원리라 하든, 전지전능한 존재라 하든 그 궁극의 하나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지금 이 현장 외에 그것을 확인할 곳은 없지 않은가. 그리하여 모든 현상은 하나로 돌아가지만, 다시 그 하나는 지금 이 현상을 통해 드러나 있다는 깨달음에 도달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보면 우주법계의 만사만물이 있는 이대로 모두 부처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잘 이해되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시험장에서 장원급제하듯 성불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옛날 소동파가 그랬다. 천재였던 그는 불교의 도리를 깊이 이해하여 스스로 부처와 다를 바 없다고 자부하는 입장에 있었다. 어느 날 불인 선사에게 자기의 참선하는 모습을 자랑한다. 불인 선사가 그것을 보고 대답한다. "참으로 부처님처럼 보입니다." 의기양양해진 소동파가 불인 선사를 놀린다. "그런데 스님은 소똥처럼 보이는군요." 긴장 없이 푹 퍼져 앉아 있는 노스님의 모습이 그랬다는 말이다. 소동파의 누이가 이 말을 듣고 한마디 한다. "모든 것에서 부처를 만나는 것이 진짜 깨달음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불교사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대통령과 같이 우뚝한 존재가 되기를 꿈꾸며 불교의 실천과 수행에 임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물어볼 일이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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