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그러진 일상·사물 냉소적 풍자

- 27일 온천장역서 북 콘서트 개최

등단한 지 12년 만의 첫 시집이다. 현실의 제약 때문에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12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시인은 시의 파도로 일렁일 준비를 했다. 시인 김미령이 첫 시집 '파도의 새로운 양상'(민음사)을 펴냈다. 김 시인은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다. 하지만 가족에 충실하느라 몇 년의 시간을 보냈고, 시를 써야겠다 마음먹었으나 손에 익지 않아 다시 몇 년을 보냈다. 그리고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을 견디면서 말랑말랑했던 시인의 시는 다소 냉소적인 언어로 바뀌었다. 하지만 사물과 사람,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강렬하고 깊어졌다.

"시를 쓰지 않다 보니 저만의 리듬과 감성이 없어져 다시 시를 익히는데 2, 3년 걸렸던 것 같아요. 예전보다 사회 문제에 눈떴고, 부조리함을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해도 어떻게든 저항하고픈 욕구가 생겼어요. 그것이 시 스타일의 변화로 이어진 것 같아요."

김 시인은 "오래 견딘 것"이 오히려 시 쓰는 방법을 알고 느끼는 길이 됐다면서, "지금에야 첫 시집을 낸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첫 시집을 기다리는동안 시를 고치고 또 고치며 제 스타일을 찾았어요. 예전에는 시를 만들어냈어요. 기존의 것을 보고 흉내 냈죠. 지금은 시가 써져요. 시의 틀이 갖춰졌다고나 할까. 이전에 첫 시집을 냈다면 너무 설익었을 것 같아요. 누구나 '자신만의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의 시는 아름다운 세상과 서정적인 감성보다 세상을 향한 비뚤어진 시선과 냉소, 허무가 지배한다. 하지만 추상적이거나 우울하지는 않다. 오히려 시인의 엉뚱한 상상과 어색한 순간을 포착한 것이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웃음을 자아낸다. 조재룡 문학평론가는 "삶을 추상적인 고통의 산물로 상정하여 극화하는 길을 택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는 과감히 일상을 찢는다. 새로운 눈으로 보고 골몰한다"고 분석했다.

'백 개의 의자들이 밤마다 서로 자리를 바꾼다/날이 밝을 때까지 미친 궁리처럼//(…)내 손끝에서 끝없이 벽돌 조각이 태어난다/백색 퍼즐처럼/모두 무의미한 형태/다 맞추면 기억이 깨끗이 지워질 것이다/머릿속에서 해머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테트리스가 끝난 벽' 중)

"제 시는 연극적인 요소가 많아요. 한 편의 부조리극 같다고나 할까요. 화자의 심리 상태와 태도를 한순간의 몸짓으로 표현하며, 그 속에서 화자의 진심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이제 시 작업이 탄력받은 것 같다는 김 시인은 독자와 소통하고 싶은 바람도 내비쳤다. 김 시인은 오는 27일 오후 7시 도시철도 온천장역 북하우스에서 북 콘서트를 연다. "제가 다른 사람과 교류가 없는 편이에요. 어쩌면 일부러 자신을 고립시켜 세상을 향한 냉소와 허무, 비판과 풍자를 키운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기도 해요. 이제 마음껏 시를 쓰면서 서서히 저를 알릴게요."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