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 노동운동 공동체로 출발
- 인간애 등 외연 확장 변화 모색

"창단 이후 오랫동안 노동 현장의 첨예한 이야기를 많이 다뤘죠. 잘 담아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작품을 많이 한 건 분명하죠.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더라고요. 지금은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노동'은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 싶어요. 사실 모든 게 노동 아니겠어요?"

	극단 일터가 창단 30주년 기념 작품으로 오는 23일까지 공연하는 '동희 호태'의 한 장면. 극단 일터 제공

극단 일터 김선관 대표는 "극단 안팎의 변화를 보며 우리만의 합의된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이고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고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과 사업의 방향을 말했다.

김 대표는 작은 것도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일터의 정체성, 방향, 변화를 고민대로 신중하게 풀어놓았다. 일터는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았다. 일터는 노동운동이 활발하던 1980년대 전국 투쟁현장에서 공연하던 공동체로 출발해 1987년 정식으로 창단했다. 그동안 전국 곳곳 현장을 누볐고, 온갖 장소에서 공연했다. 철도노조 투쟁 때 전국 기차역을 돌며 공연한 적도 있다. 그리고 최근 10년 일터는 변화를 모색했다.

밖에서 보는 일터는 정체성이 뚜렷하지만, 일터 단원의 지향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노동운동은 성격과 방향이 예전과 다르고 자본은 막강해졌다. 배우 유입은 줄고 작품 제작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일터는 변화를 받아들이며 '반경'을 넓혔다. 최근 10년 그런 확장이 뚜렷해지며 인간의 사랑, 고민, 삶의 다양한 현장을 더욱 진하게 담으려 했다. 김 대표는 "바깥의 평가엔 휘둘리지 않는다. 구성원의 뜻을 가장 존중한다. 우리가 합의한 목표는 '관객과 단원이 서로 울림을 교환하며 함께 성장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마음을 담아 30주년 행사는 알차게 마련했다. 30주년 기념공연 '동희 호태'(김선관 연출)는 오는 23일까지 일터소극장(동구 범일동)에서 계속된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우리는 과연 알 수 있나, 안다면 그것을 하면서 살 수 있나' 질문한다. 원래 30주년 기념 첫 공연으로 창단 멤버와 함께 노동 현장을 담은 '흩어지면 죽는다'(1989년 초연)를 계획했다. 그런데 지난 1, 2월 초창기 배우 한기석 박성진 씨가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취소됐다. 김 대표는 "연습하던 단원들이 눈물이 앞을 가려 도저히 못하겠다 하더라"고 전했다. 여름에 초기 멤버 김기영 씨 연출의 창작극, 가을엔 노래패 콘서트가 계획됐다. 겨울에는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대표작 '회나뭇골 사람들'(12월 5, 6일)을 선보인다. 요산 김정한 선생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백성의 삶과 각성을 담은 작품이다.

김 대표는 일터의 비전도 단언하지 않았다. 명확치 않다고 했다. "분명한 것은 일터 사람들의 의지와 목표가 우선이라는 점"이다. 소극장 연극의 한계와 현실적 어려움도 분명하다. 김 대표는 "꾸준히 일터를 찾아주는 관객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가 보는 세계를 관객이 공감하고, 또 더 깊은 울림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교감하는 관계가 만들어지면 50년, 100년 즐겁게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