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동성상업학교에 다니던 한 학생. 일제강점기, 일본식 교육을 강제 받던 학생들은 황국신민의 서사를 낭독받길 강요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싫었던 학생은 꾀병을 부려 수업에 빠지곤 했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쳐

그러나 당시는 한국인 교장도 일본인 교사에게 쩔쩔 맬만큼 일본인의 위세가 높았다. 그럼에도 교장은 해당 학생을 감싸는 일이 잦았다.

학생은 당시 지금의 윤리에 해당하는 '수신'과목 시험을 치게 됐다. 해당 시험에서 학생이 적은 답안지를 보곤 일보인 교사는 불같이 화를 냈다. 해당 답안지를 본 교장역시 그의 뺨을 때렸다. 황국신민으로서의 소감을 묻는 출제문제에 해당 학생은 "나는 황국신민이 아니기에 소감이 없다"고 적었다.

이렇듯 일본에 대한 적개심으로 똘똘 뭉쳤던 그는 29년이 흘러 신부가 됐다. 그는 한국인 최초, 최연소 추기경이 된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그는 훗날 기억에 남는 선생님으로, 자신의 뺨을 때린 교장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 교장선생님은 전 국무총리 '장면'이었다.

장면 교장 선생님이 뺨을 때렸던 그 당시, 일본인 선생이 떠난 뒤 그를 위로했다. 그를 일본인 선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장면은 김수환에게 유학추천서를 써주며,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라고 말했다.

이로써 천주교 대구교구 장학생으로 일본으로 유학을 가, 신학을 전공해 사제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학생의 신분으로 일본의 억압에 저항했던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는 김수환 추기경의 전기 '아, 김수환 추기경'에도 담겨있다.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두 사람의 인연은 2006년, 장면의 사망 40주기의 미사는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 주관하기도 했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