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이하 오문비)이 편집주간과 발행인을 일원화하고 새 출발을 선언했다.

'오문비' 편집주간 손남훈 문학평론가는 "최근 '도서출판 오문비'를 설립하고 발행인과 편집주간(편집인)이 이원화돼 있던 체제를 일원화했다. 편집인이 발행인을 겸한다. 최근 나온 2017년 봄호(사진)가 일원화 체제 이후 첫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1991년 창간한 '오문비'는 편집주간과 발행인을 달리했다. 발행인은 '오문비' 출판을 책임진 지역 출판사의 대표가 맡은 것이 최근까지 흐름이었다. 이는 비평 전문 계간지를 내는 것이 만만치 않은 형편에서 지역 출판사의 지원을 받는 방편이기도 했다. 도서출판 해성, 산지니 도서출판, 책읽는저녁 등 지역 출판사 대표가 발행인을 거쳤다. 편집주간은 '오문비'의 기획과 편집을 책임진 편집위원(문학평론가) 가운데서 맡았다.

오문비가 이런 '새 출발'을 선언한 것은 지난해 12월 불거진 산지니 도서출판과의 갈등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예지우수콘텐츠 아카이빙' 지원 대상으로 '오문비'를 선정하고, 2015년의 '오문비'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구매해 1000만 원 상당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당시 발행인이던 강수걸 산지니 대표가 이를 '오문비' 측에 제대로 알리지 않고 포기하면서 편집진이 강하게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손남훈 편집주간은 "지난해 말부터 산지니와의 갈등에 따른 후속 조처를 논의한 결과로 일원화 체제를 택했다. 독립출판 개념으로 보면 된다. 그간의 이원화 체제에 따른 한계를 보완해 편집과 발행의 권리를 온전히 살려 '오문비'만의 색깔을 더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봄호는 특집으로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진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글을 실었다.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장귀연 연구교수의 '거울 속의 타자, 노동자', 부산대 영화연구소 엄상준 연구원의 '나쁜 노동자는 늙지도 않는다', 박형준 문학평론가의 '노동시의 반격:노동 혐오의 정치경제학 비판' 등이다. 이밖에 '로기완을 만났다'의 조해진 소설가 대담, 이정임 소설가의 영도 깡깡이마을에 관한 글 '그림자가 일어선다'도 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