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를 소설 속 세계로 이끌고
- 작가생각 오롯이 전하고 싶었다"

함정임 소설가가 '무엇보다 소설을'(예담)을 펴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 동아대 한국어문학과에서 소설 이론을 가르치는 교수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그는 문학과 여행을 삶의 동반자로 삼은 '문학 노마드'이다.

소설가 함정임이 프랑스 파리 페르라세즈 공동묘지에 있는 마르셀 프루스트묘를 쓰다듬고 있다. 함정임 제공

■소설을 더 잘 읽는 방법

'무엇보다 소설을'은 그의 소설 사랑을 새삼 느끼게 한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소설 27편을 소개했는데, 방법이 조금 독특하다. 소설 내용과 작품의 의미, 작가의 문학 세계를 소개하면서 소설의 배경이 된 장소와 작가의 공간, 또 다른 작품을 소환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 그 치열한 고민과 성찰이 결부돼 새로운 글이 되었다.

책에 소개된 작품은 익숙한 고전부터 생소한 현대문학까지 다양하다. 빅토르 위고, 버지니아 울프, 마르셀 프루스트, 미셀 우엘벡 등 해외 작가와 성석제, 김영하, 이기호, 윤성희 등 국내 작가까지 동·서양, 고전·현대를 넘나든다.

미국 시카고 헤밍웨이 생가 앞에 선 함정임 소설가.

함 소설가는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책이 쓰인 장소를 찾아가고, 소설 속 중요 장치를 이해하고자 작가가 했을 법한 행동을 해본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위해 쿠바의 코히마르를 찾아 노인과 소년을 발견하고 작가가 느꼈을 법한 쓸쓸함과 희망을 전달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한 마들렌의 의미를 곱씹으며 프랑스인만이 가진 마들렌의 추억에 빠져든다. 또 밀란 쿤데라의 '향수'를 이해하려고 쿤데라의 고향, 체코의 브르노로 무작정 향한다. 직접 느끼고 경험하면서 소설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 그것은 그만의 소설 읽는 법이자 고독한 문학 활동이다.

그는 "소설과 연관된 오브제, 장소, 작품 등을 청유형으로 소개해 독자가 직접 그 소설을 찾아보게끔 연결하려 했다. 나의 글을 통해 독자가 문학기행을, 그림여행을 하는 것처럼 느끼는, 즉 독자가 소설 속 세계로 들어가는 길목을 안내하는 역할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소설-독자 연결하는 매개자

함 소설가는 여러 매체에 문학에 관한 글을 연재했다. 이번 책도 2013, 2014년 '신동아'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다. 바쁜 틈을 쪼개 계속 원고를 쓰는 이유는 '문학 전도사' 역할을 놓치지 않고 싶어서다. 그는 "작품을 읽는 독자와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를 연결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고 싶다. 작가의 고유한 감각과 미적 가치를 섬세하게, 오롯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소설에 담긴 이야기가 곧 인생'임을 일찍이 깨달았기에, 그는 독자가 소설을 더 가까이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작품 속 장소를 찾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작가와 또 다른 작가를 연결지어 작품 세계를 확장한다. 그 속에는 소설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그만의 고민과 창작론도 담겨 있다.

그는' 21세기형 독자'를 위한 소설 읽기 방법도 제시한다. 인터넷으로 세계가 연결되고, 많은 이가 스마트폰으로 종일 신속하고 간결한 글을 읽으며,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전자책으로 책 한 권을 읽는 시대에 종이책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함 소설가는 "나 또한 세계를 여행하며 이메일로 원고를 의뢰받고, 쓰고, 보낸다. 정보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와 책 읽기를 자연스레 글에 녹여내 독자에게 권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활자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느냐의 문제이며, 사고방식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것은 그가 21세기 독자를 만나고, 문학을 사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함 소설가는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장편소설 '춘하추동', 에세이 '소설가의 여행법' 등을 펴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