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상화 된 조형의 힘으로
- 자연의 '정수' 극적 표현
- 29일부터 시립미술관서

지난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의 '작품 일대기'가 펼쳐진다.

	1968년 작품. 전성기로 평가되는 1960년대 작품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 기획·주최로 오는 29일부터 6월 25일까지 2층 대전시실에서 '유영국, 절대와 자유' 전을 개최한다. 지난 1일까지 넉 달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전시를 부산으로 가져와 부산에 맞게 기획했다.

유영국(1916~2002)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한국 자연을 아름다운 색채와 대담한 형태로 빚어낸 거장이다. 이중섭이 대중에게 사랑받은 작가였다면, 유영국은 미술가에게 최고의 존경과 평가를 받았다.

경북 울진 부유한 지주 집안에서 셋째 아들로 태어난 유영국은 1930년대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 중 하나였던 일본 도쿄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이중섭의 선배로 문화학원에서 수학했고, 일본의 재야단체 자유미술가협회에서 활동하며 김환기와 함께 한국 최초로 추상화를 시도했다. 그는 일본 전위미술의 선구자로도 인정받는다.

	1940년 작품 '10-7'

그는 1955년 이후 서울에서 본격적인 미술 활동을 재개해 신사실파, 모던아트협회, 현대작가초대전, 신상회 등 한국의 전위적인 미술단체를 이끌었다. 서울대와 홍익대 교수로 재직하며 제자도 키웠다. 1964년 그는 미술그룹 활동의 종언을 선언하며 첫 개인전을 연 뒤, 2002년 타계할 때까지 침묵의 자세로 일관하며 순수 추상화가로서 조형 탐색만 몰입했다.

유영국 작품에서는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적 조형요소가 주인이다. 이들은 서로 긴장하며 대결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그 자체로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고향 울진의 깊은 바다, 장엄한 산맥, 맑은 계곡, 붉은 태양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담지 않았지만, 추상화된 조형의 힘이 오히려 자연의 '정수(essence)'로 향한다.

	생전의 유영국 선생.

이번 전시는 유영국의 진면목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최초, 최대 전시다. 1937년 유학 시기부터 1999년 절필작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유영국과 함께 활동한 일본 전위미술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특히 최절정기인 1960년대 작품 20여 점이 작가가 이룬 최고의 미학적 경지를 펼쳐 보인다.

사진·다큐멘터리 영상 등 아카이브 자료도 90여 점 전시된다. 자녀들이 간직했던 유영국의 작업 도구를 그대로 옮긴 '아뜰리에'도 재현했다.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가로 10m 초대형 '포토존'과 관람객이 추상화를 그려보는'힐링아뜰리에'가 마련된다. 5월에는 유영국의 '산' 이미지를 테마로 음악, 춤, 시각예술을 아우르는 융·복합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영순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유영국의 문화기억의 아르케(근원·시원)라 할 고향의 산과 우리 풍경이 어떻게 미술의 국적을 취득하면서도 절대보편의 순수미에 도달했는지 밝혀준다"며 "그는 1953년 피란 시절 부산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신사실파전에 출품작 4점을 들고 방문했다. 2017년 봄 그의 예술적 생애를 망라하는 작품과 자료로 부산을 다시 찾아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성인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10인 이상 단체 성인 2000원·학생 1500원, 7세 이하·65세 이상 무료. (051) 744-2602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