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법 위반 등 유권해석 의뢰

'장미대선'의 불똥이 지역 문화예술계에 튀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5월 초 대통령선거를 치르게 되면서 봄철에 행사가 집중되는 문화예술계가 갑작스럽게 '선거법 공부 모드'에 들어갔다. 엄격한 선거법이 대중이 모이는 행사 개최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부문은 부산시가 주최하는 문화예술 행사다. 부산연극협회는 오는 31일 개막하는 제35회 부산연극제(5월 1일까지)를 예정대로 열어도 될지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최근 문의했다. 부산연극제는 시가 주최하고 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지역 연극계 대표 축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법적으로 '대통령 선거 전 60일부터 공무원이 행사를 열 수 없다'고 돼 있다. 주최자가 부산시인 부산연극제는 고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부산시선관위는 "법령에 근거한 행사는 예외 조항에 포함된다"고 답변했다. 연극협회는 이에 따라 예정대로 연극제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전국 창작희곡 공모전 부산시장상'을 부산연극협회장상이나 한국연극협회장상으로 바꾸기로 했다. 선거를 앞두고 부산시장 명의로 상금 1000만 원 이상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산연극협회 손병태 회장은 "불필요한 잡음이 없어야 하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산문화재단도 고민에 빠졌다. 문화재단은 매년 5월 첫째 주 '조선통신사 대축제'(올해 5월 7~9일 개최)를 중구 일대에서 연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찾아온' 대선(5월 9일)의 날짜가 엄청 신경이 쓰인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법령에 근거한 행사여서 개최에는 문제가 없지만 대선 직전이라 인파를 찾아 정치인의 발길이 잇따를 수도 있고 시민에게 나눠줄 기념품도 구설에 오르지 않아야 한다"고 털어놨다. 매년 4, 5월 열리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국제연극제, 부산콘텐츠마켓 등도 비슷한 속앓이가 시작됐다.

문화단체들이 계획된 행사를 일일이 점검하고 선관위에 문의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오는 28일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화가의 전시회 '절대와 자유'를 기념해 시민과 미술인을 초대하는 행사를 열 예정인데, 부산시에 속한 공공 기관이 시민을 초대하는 행사는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선관위에 유권 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부산문화회관은 오는 5월 6일 어버이날 기획공연 '효 콘서트' 때 관객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눠줄 계획이었으나 선거법 위반을 걱정해 재검토하기로 했다.

김현주 안세희 최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