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 농부시인 서정홍·화가 이영경
- 감상평과 그림으로 그리움 담아

하루가 멀다고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는 요즘이다. 개인이 국정에 개입해 사리사욕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시끄럽더니, 대통령 탄핵 결정을 앞두고 광장에선 신구 세대가 대립하며 서로에게 모진 말을 쏟아낸다. 위안부 할머니의 한을 담은 소녀상은 설 곳을 찾지 못해 허공에 떠 있고, 중국과 미국의 눈치를 보는 사이 국민의 삶은 갈등과 대립으로 피폐해졌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우리 모두에게 잘못이 있지는 않을까.

고인돌 제공

사회가 시끄러울 때면 특히 떠오르는 이가 '시인 윤동주'다. 28세라는 짧은 생애 내내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반성한 청년. 그의 시 앞에서 누구라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올해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삶과 시를 기리는 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무척 돋보이는 것이 서정홍이 감상을 쓰고, 이영경이 그림을 그린 윤동주 시집이다. 이 책에는 윤동주의 대표작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뿐만 아니라 그의 시 수십 편이 실려 있다. 시는 어두운 시대의 답답함을 토로하고 가족과 친구를 그리워한 내용이 다수지만, 그가 처음 쓴 동시 '조개잡이'처럼 동글동글하고 어여쁜, 때로는 엉뚱한 감수성이 놀라운 시도 꽤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의 매력은 윤동주를 그리워한 시인과 화가의 글과 그림이다. 자연을 찬양하는 농부 시인 서정홍은 모든 시마다 자신의 감상평을 실었다. 부질없는 욕심과 나쁜 마음이 생길 때마다 '서시'를 천천히 읽어보길 권유하고, '참회록'을 읊으며 자신도 참회록을 쓰겠다고 다짐하며, '십자가'를 읽으며 우리가 지고 가야 할 십자가를 남에게 떠넘기고 사는 건 아닌지 반성한다.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자신을 반성한 착한 시인의 시에 걸맞은 착한 감상평이다. 화가 이영경의 그림은 윤동주의 시마다 떠오른 풍경을 간결하고 포근하게 그렸다.

'부끄럽다'는 말을 하는 사람보다 '내가 맞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가 많은 요즘, 지금이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자신을 되돌아볼 때가 아닐까.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