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의 은유-박제된 생명'展
- 28일까지 '스페이스 움'

찰나에 피어오르는 연기를 포착해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사진가가 있다. '늦깎이 신인' 레이몬드 임이다.

레이몬드 임 작가의 'Thriller'.

레이몬드 임은 오는 28일까지 부산 동래구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움'에서 '기억의 은유-박제된 생명들이 다시 호흡하다' 전을 연다.

그는 향을 피웠을 때 발생하는 연기를 카메라로 순간적으로 포착하고, 그 한 장 한 장을 모아 다양한 형태의 꼴라주를 만든다. 나비 기타 부엉이 코끼리 해골 닭 등의 형태를 그리고 유니트(연기 사진 한 장)를 위에 얹는다. 한 작품은 보통 수백 장의 각기 다른 유니트로 구성된다.

"19살에 미국에 이민 가 지치고 힘들 때 향을 자주 피웠어요. 향에서 나는 연기가 점점 퍼지면서, 말리고, '팍' 하고 확장하고, 소멸하는 모습이 인생과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한 줄 연기가 사라지는 와중에 바닥에서 새로운 연기가 솟아 반복되는 모습이 꼭 인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에 에너지를 주는 작업을 하고 싶었죠."

레이몬드 임은 향의 연기가 가지는 본래의 하얀색과 빨강 초록 분홍 노랑 등 색을 한 번에 담아낸다. 짧은 시간에 2가지 조명을 사용해 하나의 연기에서 두 가지 색깔을 끌어내는 기법이다. 연기를 찍는 다른 사진가들과 이 점에서 다르다.

그는 "사진가이다 보니 빛을 사용해 자연스럽게 색을 넣는 법을 안다. 그렇게 어려운 기법은 아닌데, 쓰는 사람이 없더라. 내 작업은 '전혀 새로운 표현법'"이라고 설명했다. 항상 구글 검색으로 다른 작가의 작업을 검색해 본다는 레이몬드 임은 "연기를 찍는 사진가는 많지만, 디지털 작업 등 인위적인 조작을 하지 않고 조명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연기에 색을 입힌 작가는 아직 내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형태의 꼴라주를 만드는 만큼 필요한 연기 모양은 각각 다르다. 닭의 긴 꼬리 깃털을 표현할 연기와 코끼리 몸을 표현할 연기가 같을 수 없다. 10년째 연기 작업을 하면서 원하는 연기 모양을 만드는 노하우도 생겼다.

"긴 연기가 필요하면 문을 테이프로 막아 약한 바람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제 몸도 열기가 있어 연기가 흐트러질 수 있으니 멀찍이서 찍어요. 뜨거운 조명 표면으로 향이 빨려올라가는 점을 이용하고, 문을 살짝 열어 자연스럽게 바람이 들어오도록 하기도 해요."

그는 41살인데, 지난해에서야 개인전을 한 번 연 '신인'이다. 10년 전부터 패션사진 등 상업사진과 '연기 작업'을 병행하다 2년 전 모든 상업활동을 그만두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